프랑스 교육처럼
이지현 지음 / 지우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유학이라...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니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지만 다른 곳에 가서 공부를 해본 기억은 없다. 유학은 꿈도 꾸기 힘들 만큼 정신없이 보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어찌어찌 IT 분야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해외로 취재갈 기회도 있었는데, 해외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학생들보다 공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프랑스 교육처럼>은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열다섯 살에 예고 진학에 실패한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지금은 한국 프랑스 대사관 상무관실에서 IT 분야의 한-불 기업 간 교류 증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학창 시절에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으며 다른 언어와 문화적인 충격도 있었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니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p.16

1997년 2월, 나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파리에 오겠다는 결심과 함께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드골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을 보는 내 멍한 표정에 깊은 두려움이 스쳤다.


p.19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나 혼자 은행 업무를 보러 갔을 때였다. 프랑스어를 거의 못하던 초창기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은행 계좌를 개설했으나, 이후 은행 업무는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업무에 필요한 문장은 사전을 찾아가며 만들어서 달달 외웠다.



저자의 글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글자가 있다. '바칼로레아'이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 공화국 교육과정의 중등과정 졸업 시험으로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옛 교육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바칼로레아는 상대평가 방식의 우리나라 수능시험과 달리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국공립대학 입학 자격을 주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치러진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지만 우리의 수능과 다른 점은 평균 10점만 넘으면 프랑스의 모든 공립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처럼 무슨 무슨 이름이 붙은 학교명 대신 파리1대학, 파리2대학으로 부른다. 다시 말해 프랑스의 모든 국공립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p.39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은 오로지 수업만 한다.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를 집에서 하고 학교에는 수업만 하러 온다. 행정과 수업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프랑스 고등학교에 교무실이 없는 이유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교실에서 가정통신문, 급식비 지로 같은 것을 받은 적이 없다.


p.68

늘 이런 식이었다. 한국에서 오지선다형 문제만 열심히 풀어봤던 내가 프랑스에 와서 저런 주제로 서론·본론·결론 형식에 맞추어 에세이를 써야 했으니 숙제가 제일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고등학교 3학년쯤 되니 에세이를 작성하는 숙제가 재밌어졌다. 잘 쓰고 싶다는 욕구도 솟구쳤다.



이 책에서 나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문장 하나는 바로 이거다. 나는 그저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갔을 뿐이다. 힘겨운 일이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며 바칼로레아가 요구하는 '생각하는 힘'을 길렀던 것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창의적인 교육만 입으로 부르짖을 뿐 실제로는 '답정너'를 키우는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하고 있는 공부, 아니 교육은 스스로 생각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빠르게 문제를 읽고 정답을 추론해 써내야 하는 고도의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해마다 수포자, 영포자가 속출하고 지금은 문해력도 딸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다. 영어만 해도 독해와 문법 위주의 문제풀이 시험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니 정작 글로벌 인재에게 필요한 회화는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비를 들여 해외로 나가거나 회화 학원 등을 다녀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p.101

프랑스 고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토론할 때 인상 깊었던 것은 프랑스 친구들 대부분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실수를 해도 당당하게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실수를 자연스럽게 용납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다.


p.123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바칼로레아 불문학 시험을 준비해야 해서 수업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은 모국어인 불문학 과목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바칼로레아 불문학 시험 주제로 선정된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루며, 시험 준비를 하느라 강도 높은 수업이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1960~70년대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한 경제 발전으로 지금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과거 40~5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글로벌 시대, 창의 인재 키우기를 외치고 있지만 허울 좋은 외침에 불가할 뿐,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시험 성적에 목을 멘다. 프랑스는 바칼로레아에서 일정 점수를 받아 합격하면 누구나 일반 국립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간 다음부터 치열하게 공부해야만 겨우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교육의 목적은 공부를 잘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치를 계발하는 데 있다. 이 책이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프랑스 교육 시스템이 부러울 뿐이다.



이 포스팅은 지우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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