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 - 인류를 위기에 빠트린 중독의 쾌락
쑤친 지음, 김가경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9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이든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커피를 찾는다. 인스턴트커피도 좋고 때로는 뜨거운 물을 부어내려 먹는 아메리카노도 좋아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자몽에이드를 마시고, 오후에 피곤할 때는 달콤한 과자를 찾곤 한다.
엽떡이나 신라면 같은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하고,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작은 일련의 행동들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미식가이자 경제학 탐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쑤친은 《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에서 설탕, 차, 커피, 고추, 술. 우리가 식탁에서 늘 만나는 익숙한 것들이 사실은 제국을 세우고 무너뜨리며 수백만 명의 운명을 바꾼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저자는 한 의학학술지 발표 자료를 근거로 매년 수천만 명이 잘못된 식습관으로 목숨일 잃고 있는데 그 원인이 나트륨 과다 섭취, 잡곡과 과일의 섭취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인류가 수만 가지의 요리법을 발전시켜 왔지만 건강을 위해 결국 담백한 음식과 과일, 잡곡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식습관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채소, 콩류, 곡물, 견과류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먼저 달콤한 유혹, 사탕수수에서 시작되는 설탕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에 들어온 사탕수수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달콤한 맛 때문에 카리브해와 남미는 설탕 플랜테이션으로 뒤덮였고, 그 이면에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수많은 노예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다. “18세기 설탕은 19세기의 철강, 20세기의 석유와 같았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설탕은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커피의 기원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염소 떼가 한 열매를 먹고 흥분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시작된 커피는 예배 시간의 졸음을 쫓는 음료였지만, 곧 런던에 세계 최대의 원두 시장을 만들고, 카페는 지식과 정보가 교환되는 ‘혁신의 무대’가 되었다. 실제로 런던의 ‘로이드 커피하우스’는 해상 보험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오늘날 세계적인 보험사 로이즈(Lloyd’s)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커피 한 잔이 만든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맥주는 농업혁명을, 럼주는 미국 독립전쟁을 이끌었다. 반대로 ‘금주법’은 미국 사회를 깊게 분열시키기도 했다. 고추는 단순히 혀를 자극하는 음식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 ‘고통의 쾌락’이었다. 매운맛에 끌리는 우리의 본능을 산업과 마케팅은 교묘하게 이용했고, 이제 매운맛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힘이 되었다.
한편 저자는 2200년, 세계 인구 200억 명 시대를 가정하며 합성육, 3D 프린팅 식품, AI 맞춤형 식단 같은 미래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 속에서 인류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우리가 매일 식탁에 올리는 작은 음식이 인류 문명의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질 것이다.
《세계를 점령한 중독 경제학》은 단순한 경제학 책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사소한 중독을 통해 인류의 대서사를 풀어낸 ‘맛으로 읽는 경제학’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에 흥미가 있거나, 먹거리에 관심 있거나, 혹은 소비자 심리와 행동경제학에 관심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