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을 걸었고, 당신의 시대를 생각했다
한결 지음 / 강물이 바다에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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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강물이 바다에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10여 년 전에 중국 광저우에 살고 있는 친척 집을 방문한 이래, 다시 가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역사 기행물이나 TV에서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중국 관련 내용이 나오면 열심히 보곤 했다. 다시 가게 되면 이런저런 곳을 둘러봐야지 하면서 말이다.


중국 복건성 산간 지역에는 1,400년 역사를 간직한 전통 가옥 토루(土樓)가 여전히 그 모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토루는 두꺼운 흙벽과 요새형 구조로 지어진 공동체 주거 공간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고 가족과 친족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독특한 건축물은 중국인들이 오랜 세월 동안 외부의 위협 속에서 품어온 두려움과 경계심의 산물이자, 공동체적 연대의 결과물이다.


<나는 중극을 걸었고 당신의 시대를 생각했다>의 저자인 한결 작가는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70여 개 중국의 도시와 시골을 다녀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면서 토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토루는 단순한 고건축물이 아니라 중국인의 역사와 민생, 삶의 방식이 응축된 ‘살아 있는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토루는 과거의 방어시설을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국인의 생활사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소개됐다.




어떤 여행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시대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한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여정을 담아냈다. 70여 곳의 도시와 시골을 발로 밟으며, 기차와 버스, 자전거를 타고 약 9,600km의 길을 걸어다고 한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풍경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역사와 제도가 켜켜이 쌓인 공간이었고, 삶의 무게가 새겨진 현장이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여름휴가 때 전주에 갔었는데, 한옥마을 비롯해 전주난장, 전동성당 등 전주를 소개하는 이야기들을 이 책처럼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공산당 대장정이나 홍콩 우산혁명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불쑥 등장한다. 하지만 길 위를 걷다 문득 마주한 표지판처럼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나 중국 역사를 전달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왜 지금의 중국이 이런 모습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동시에 '나의 시대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150여 장의 사진과 지도는 독자가 글 속 공간에 함께 서 있는 것처럼 현실감을 더해 준다. 책의 구성이 ‘내면의 흔적’, ‘길 위의 교훈’, ‘당신의 시간’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사유의 결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도 여행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중국을 보고 다녀왔다'는 보고서가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성실히 마주한 기록의 산물처럼 느껴진다. 또한 중국을 빗대어 자기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은 이라면 충분히 참고해 볼 만하다.


또한 중국 현대사와 문화를 알고 싶지만 접근 방법을 찾지 못한 일반 독자, 감성 여행기보다 사고의 여운을 남기는 기행문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오늘의 동북아시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라, 동시대의 이해와 성찰을 가능케 하는 지적 여정에 참여해 보시기 바란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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