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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ㅣ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자 미술사가인 김인혜 작가가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한국 근대 화가 100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살롱 드 경성 2>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사를 넘어 예술가들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김인혜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들의 편지, 일기, 사진, 노트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업무를 주도해 왔다. 이러한 풍부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지난 1권에서 조선의 미술을 일으켜 세운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2권에서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한국 근대 화가 100인의 삶과 예술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p.32
안중식은 1861년 서울 청진동에서 태어났다. 무관이 많이 배출된 전형적인 중인 집안이었다. 그는 일찍 부친을 여의고, 친척인 화가 안건영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재주가 많고 총명하여, 1881년 개화기 최초의 중국 유학생당인 '영선사'에 선발되었다. 1년간 관비 유학생으로 그가 배운 것은 자주국방을 위한 신식 무기 제조법이었다.
p.103
재일한국인의 삶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식민 치하, 가난, 조국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면서 이들을 평생 지탱해 준 마음가짐은 어쩌면 '간절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간절함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렸던 재일한국인 1세대 화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거의 이름은 전화황(1090~1996), 본명은 전봉제였다.


<살롱 드 경성 2>에는 이쾌대, 천경자, 남관, 변관식, 김환기, 문승근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들의 작품과 삶을 통해 한국 근대미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쾌대(1913–1965)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를 살아가며, 민중의 삶과 사회 현실을 화폭에 담은 서양화가다. 대표작 「조난」, 「걸인」, 「송아지」 등에서는 당시 사회의 고통과 혼란이 절절히 묻어난다. 특히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은 전통 복식과 서양화 도구를 함께 표현하여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시도한 의미 깊은 작품이다.
천경자(1924–2015)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인물 표현으로 '꽃과 여인의 화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대표작 「생태」는 뱀이 뒤엉킨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강렬한 작품이다. 그녀는 자전적인 주제 의식과 화려한 채색 기법으로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했으며, 전통 한국화의 범주를 넘어선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남관(1911–1990)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초기에는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리다가 유럽 미술을 접한 후 추상화로 전환한 화가다. 그의 작품은 전쟁의 비극, 생명에 대한 갈망,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대표작 「동양의 풍경」, 「허물어진 제단」, 「역사의 흔적」 등에서는 시대의 아픔이 추상적 형태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p.182
최순우는 1951년 <수출공예품전시회>에서 김환기의 소개로 유강열을 처음 만났고, 금방 진가를 알아봤다. 전쟁이 끝나고 국립박물관이 서울로 옮겨 간 후인 1954년, 최순우는 유강열에게 얼른 서울로 와 자신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여러 차례 썼다. 미국 록펠러재단의 후원으로 국립박물관에 신설된 미술연구소의 기예부 주임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p.266
프랑스 정부와 유럽의 저명한 예술가들이 한 한국인 화가를 위해 장문의 탄원서를 제출하자, 이응노의 이름은 한국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1969년 그는 특별사면되었다. 그리고 수덕여관에서 요양하며 단단한 화강암에 알 수 없는 문자를 새긴 후 다시 파리로 갔다. 그리고 그의 이름이 잊힐 무렵 그의 작품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변관식(1899–1976)은 황해도 옹진 출신으로 '금강산의 화가'로 불리며, 실경산수화를 통해 한국의 자연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적묵법과 파선법을 활용하여 깊이 있는 산수화를 완성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농가도」, 「무창춘색도」, 「외금강삼선암도」 등이 있다.
김환기(1913–1974)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다. 뉴욕 시절에 완성한 '전면점화'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점과 선을 통해 우주와 자연,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으며, 대표작으로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산월」, 「무제」 등이 있다.
문승근(1947–1982)는 재일 한국인 작가로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은 반복적인 점과 선, 면을 통해 직조하듯 일정한 규칙을 지니며, 대표작으로는 「활장구」, 「무궁시」 등이 있다.
여기 소개된 몇몇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내면을 예술로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p.300
서관용이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실제로 독립운동에 뛰어든 인물이 그의 아들이자 서세옥의 아버지인 서장환(1890~1970)이었다. 서장환은 서성준이라는 가명을 쓰면서 영남 지역의 독립운동자금 모집책 역할을 했다. 팔공산에 나무를 베러 간다 하고 청년들을 데려 가 기본 훈련을 시킨 후 만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p.318
윤형근은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태어났다. 파평 윤씨 집안의 실질적인 장손이었다. 지금도 미원면 어암리에 가면 파평 윤씨 제실이 있을 정도로, 이 일대는 파평 윤씨 집성촌이었고 유교적 질서가 매우 강했던 곳이었다. 윤형근이 큰절을 잘했던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살롱 드 경성 2>의 김인혜 작가는 미술사학자로서의 전문성과 큐레이터로서의 대중성을 겸비해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한국 근대미술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에는 약 200여 편의 도판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이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그들의 예술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근대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혼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들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