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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명상록 - 평정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민유하 엮음 / 리프레시 / 2025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리플레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년 넘게 IT 업계를 취재하며 체감한 것은, 새로운 디바이스와 알고리즘이 쏟아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 지쳐 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찾게 되는 해답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2천 년 전 고대 로마 황제가 남긴 내면의 기록일지 모른다.
리플레시에서 출간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초역 명상록』은 그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책이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버텨 낸 황제의 사유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현대인을 위한 실용적인 ‘마음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시중의 많은 『명상록』 번역본이 원문 순서와 학술적 정확성에 치중해 다소 난해했다면, 『초역 명상록』은 고전의 깊이는 유지하되 현대인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성으로 재편했다.
각 장을 ‘운명’, ‘죽음’, ‘인간관계’, ‘확신’ 등 실제 고민 주제별로 나누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문장을 골라 볼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각 파트의 ‘핵심 포인트 체크’ 질문이 더해져, 문장을 읽고 지나가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하루와 연결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외부의 소란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법’이다. 전쟁과 정치 갈등 한가운데서 글을 쓴 아우렐리우스는, 우리를 해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IT 트렌드와 SNS 평가에 흔들리는 현대인에게, “상처받을지 말지는 결국 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는 강력한 멘탈 방화벽이 된다.
둘째로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감정 소모를 줄이는 태도’를 가르친다. 아우렐리우스는 매일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예고하면서도, 그들을 미워하기보다 분별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상사와 동료,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타인을 ‘자연의 일부’로 한 발 물러나 바라보는 시각, 즉 관계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심리적 거리두기를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더 충실하게 사는 태도’를 일깨운다. 메멘토 모리라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언젠가 끝날 삶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잘 쓰자는 적극적인 권유다. 종료 시점이 정해진 시스템이 남은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쓰려 하듯,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오늘을 삶의 전부처럼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나태해진 정신을 강하게 흔든다.


『초역 명상록』은 출근길이 전쟁터처럼 느껴지는 직장인, 인간관계와 미래 불안으로 번아웃 직전에 서 있는 이들에게 특히 유효한 책이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마다 한 챕터씩 펼쳐 본다면, 로마 황제가 2천 년의 세월을 건너와 “괜찮다, 너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해 주는 듯한, 실질적인 정신의 처방전을 얻게 될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