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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ㅣ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책을 읽는 건 공부 목적도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부터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고, 밤잠 설쳐가며 책읽기에 매진하고 있다.
매주 도서관에서 서너권씩 책을 빌리다 못해 주말엔 도서관에 출근 도장까지 찍고 있다. 좀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무렵. 그 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독서 카페에 회원 등록을 마쳤다. 카페 게시판은 신간서적 서평을 비롯해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로 늘 가득 찼다.
신입 회원도 서평 모집할 수 있다고 듣고 나서 서너권 응모했다.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서평단 모집에 뽑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서평 응모는 모두 떨어지고 며칠 뒤. 내 앞으로 온 책은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Ha...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소설 1권 정도의 300쪽이 안되는 분량으로 되어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중용』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제시하고, 이 단어를 보고 지은이가 느낌 점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간략한 풀이와 함께 『중용』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겼는지도 짚어주었다.
'뭐 나름 재밌겠네. 가볍게(?) 읽어주리'.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 책 만만치 않다. 며칠 지나도록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출퇴근 길에, 지하철을 오가며, 때로는 저녁 먹고 나서. 새벽에도 열심히 읽었지만 생각한 만큼 진도는 나가지 않고 제자리 걸음만 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읽었던 내용을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밤잠 설치며 봤지만 아침에 다시 보면 신기하게도 다른 내용처럼 보였다. 다음 장을 읽으면 앞에 읽었던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중용(中庸)'이 필요한 시간이 아니라 '인내(忍耐)'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ㅡㅡ;
『중용(中庸)』은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사서(四書)'로 불린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수박겉핧기 하듯 읽어 본 뒤, 손도 대지 않았다. 대학을 다닐 때 쉽게 풀어 쓴 해설집을 잠깐 봤을 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신정근 교수는 8년 전에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썼다. 신교수는 책의 서문에 오십 중반의 나이가 되어 몸과 마음으로 '50앓이'를 몇 차례 하고 나니 조금 아는 듯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더 많다며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을 출간하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또한 '나는 왜 50(오십)에 다른 책이 아니라 『중용』을 연결 지으려고 했을까? 라는 의문을 품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용』이 도덕 설교를 늘어놓은 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극단의 시대에 삶의 중심잡기와 관련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는 '중용'이 대충 고민하다 어물쩍하게 타협하는 결론이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인간의 한계 안에서 내리는 최선의 결론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썼다고 알려진 『중용』은 진영의 논리가 득세했던 전국시대에 씌여졌다. 극단(極端)과 극혐(極嫌), 극호(極好)의 시대에서 어떻게 해야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한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1강부터 12강까지 60개의 단어를 풀이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1강에서는 『중용』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극단'으로 봤다. 중용이라는 가치가 전쟁의 시대를 풀어가는 대목으로 간주되는지 살펴보았다. 마지막 12강에서는 중용과 진실을 뜻하는 성(誠)을 바탕으로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면서 필요한 지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중 나의 눈길을 끌었던 단어 3가지를 소개한다.
179쪽. 38 종시 | 진실하지 않으면 존재가 있을 수 없다 _ 불성무물
극이 한참 지행될 때 도무지 일어나리라 생각지도 않던 일이 극의 마지막에 일어난다. 어떻게 이렇게 선인과 악인의 처지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밝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허위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진실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 '불성무물'은 존재(사태)가 제값으로 있게 하는 충만한 의미 활동을 가리키는 것일 뿐 성이 존재(사태)를 생성한다는 맥락이 아니다. 그러니 절대 관념론을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197쪽. 42 격려 | 잘하면 우대하고 못하더라도 기회를 주다 _ 가선이긍불능
사람이 나에게로 가까워지지 않고 멀어진다면 나는 원하든 원치 않든 고립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략 ... '가선이긍불능'은 상대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하고 아쉽고 모자라는 점이 있으면 도와준다는 뜻이다.
275쪽. 60 비교 | 덕은 새처럼 가볍다 _ 덕유여모
『중용』의 제일 마지막 구절이다. 『중용』의 저자는 마지막 주제를 덕德으로 골랐다. 이것은 아주 적실하다. 중략 ... 제1의 천성이 사람다움이라면, 제2의 천성은 제1의 천성을 나에 맞게 일구어내는 나다움이다. 중략 ... 『시경』에서 읊었다. "덕은 새털처럼 가볍다." 중략 ... 『중용』은 『시경』을 인용하면서 소리의 길이 있고 색의 길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에는 이 보다 더 많은 내용과 자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나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을 수 있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을 오십대 전후의 사람들만 읽어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0대가 읽어도 좋고 20대, 30대는 물론 60대 이상이 읽어도 좋다.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2019년은 얼마 남지 않았고, 2020년은 곧 올 것이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AI), 5G로 연결된 최첨단 IT 문명의 초시대로 더 빠르게 우리 사회와 생활을 변모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이처럼 불안하고 혼란한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일수록 어떤 일이건 중심을 잡고 가야한다. 이 책의 저자인 신교수도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것이 인생'이라며, '마음껏 흔들리라'고 주문했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흔들리는 마음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참고로,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21세기북스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읽고 분석한 후 작성했다.
* 자료 제공 : 21세기북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twinkaka/221742765622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것이 인생이다. 마음껏 흔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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