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적 공통성을 별로 갖지 않는 책들을 모은다는건 흥미롭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표지를 두르고 있다면 말이다.

제목이 주는 묘한 흥분까지 있다면..더더욱

자코메티..안티고네..하녀..젠틀..패배자..

저 원색의 단어들이 품고 있는 고결한 품격을 알아챌 수 있을까?

보통 현란한 색이나 과한 치장이 있는 것, 자극적인 맛..그런것은 불량식품의 기준이 되곤 했다.

그러나..

불량식품을 탐닉하는 욕망을 억누를 수는 없다.

우리는 저마다 어린시절..혹은 다 커서도 불량식품의 유혹에 참담하게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있을게다.

무릎꿇음조차 감내하게 하는 불량식품의 위엄.


어쩌면 우리는 그 강력한 맛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단맛.이라는 하나의 표현에 담아낼 수 없는 그 오묘하고 깊은 맛의 정체를 알고싶은지도 모른다.

불량식품은 누명을 쓰고 있는거다. 그 깊은 맛과 매력을 폄하하고 싶거나, 그 비밀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공론화시키고 배격하기위해 '나쁜 것'이라는 주홍글씨를 쓰고 조리돌림을 하는건지도 모른다.


그래서..나는 이 불량식품같은 책들을 고른다.

단 하나의 맛이 아니라..세상의 온갖 맛들의 결정체..그래서 그 맛을 오래 음미하며 비밀을 파헤쳐보고 싶은 것이다.

알록달록 사탕기계에서 떨어져 나온것같은 책들..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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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책들에 꽂혀있다. 꽃꽂이를 하듯 말이다.

비슷한 종류를 좋은 구도로 꽂아 두는 것도 매력적이지만..여러가지의 꽃을 꽂아보는 것도, 말 그대로 꽃을 막 꽂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선택기준은 그렇다.

꽂힌것.

군주론에 대한 오해를 깨야한다는 최장집교수의 책..내가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막연한 문장 몇개로 정리되는 물렁한 군주론에 대한 이해가 부끄럽다.

마녀의 연쇄독서..내가 책읽는 방법과 유사하다..나는 징검다리뛰기라는 일천한 이름을 붙여주었으나..저자는 연쇄독서라는 까리한 제목을 붙인다. 이게 범인과 작가의 차이이려나?

발견..정말 제대로 발견한 계간지. 황현산님의 글이 궁금하다.

끄라비..사실 표지에 꽂혀서 들여다보다 궁금해진 책.


이 개연성 없는 책들이 한 사람에게 선택되어 그의 삶 구석구석에 배치된다면..이들은 이제껏 갖지 못했던 공통의 무엇을 갖게되리라.

하나의 독자..바로 <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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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우리는 매일 독을 먹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생활 속 독성물질의 모든 것!

《르몽드》, 《엑스프레스》… 해외 언론이 극찬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문제작


저자가 원하는 것은 특종이 아니라 모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증거다.

-《라크루아》


‘독성사회(毒性社會)’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기업에 ‘몸 파는’ 과학자들,

조작된 연구 결과를 그대로 쓰는 규제 기관


“암, 불임, 기형아 출산도 화학물질 때문이다”

‘체내 화학물질 축적량’과 ‘칵테일 효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일상 속 독성화학물질


아스파르탐

설탕보다 200배나 높은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설탕의 1/200의 칼로리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어 코카콜라 제로 등 다이어트 식품에 주로 쓰인다. 그 외에도 각종 소스, 감자칩, 시리얼, 음료수, 껌, 술 등 6000여 개의 식품과 300개 이상의 의약품에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 뇌 속 화학 작용을 바꿔 뇌종양, 간질 등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제조 기업과 결탁한 규제 기관들의 묵인 속에서 사용 승인되어 현재 전 세계 약 2억 명의 인구가 섭취하고 있다.


PVC

폴리염화비닐. PVC를 가공할 때 유연하게 해 주는 용도로 쓰이는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는 간암과 췌장암을 불러일으키고 생식과 성장에 해를 끼치는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풍선, 식탁보, 장화, 샤워 커튼, 우비, 의료 수액팩, 혈액팩, 식품 포장 랩 등 물렁물렁하거나 잘 늘어나는 플라스틱 제품에는 DEHP가 들어 있다. 현재 장난감, 인공 젖꼭지, 화장품 등에는 사용이 금지되었으나 그 외에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비스페놀A

플라스틱 제조 원료. CD, 플라스틱 용기, 젖병, 음료수 캔 등에 쓰이는데, 음식과 접촉하면 그 안으로 침투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작용하여 정자 수를 감소시키거나 유방암 등을 일으킨다. 극소량으로도 아주 위험하여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현행 일일섭취허용량 제도로는 그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화학 기업에서는 11건의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으나, 독립적인 연구에서는 115건 중 94건, 90% 이상이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DES

디에틸스틸베스트롤. 1938년 영국인 찰스 도즈가 최초로 합성한, 에스트로겐 유사 효과를 갖고 있는 환경 물질이다. DES는 제조하기 쉽고 비용도 싸기 때문에 다방면에 이용되었다. 가축의 생장을 촉진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기에 상업적으로도 그 가치가 뛰어났으며, 폐경기 여성의 안면 홍조와 질염 치료, 젖 분비를 끊으려는 산모, 사춘기 소녀의 여드름 치료, 성장 조절, 심지어 응급 피임약으로도 쓰였다. 하지만 산모가 임신 중에 섭취했을 때 아기들에게 해표지증과 같은 기형을 초래하며, 기형이 없다 하더라도 일정 나이가 되면 질암이나 유방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PCB

폴리염화바이페닐. 변압기나 유압 장치에 냉각액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플라스틱, 페인트, 잉크, 종이 등 다양한 제품에 윤활제로 쓰인다. 강력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그 처리가 쉽지 않고, 잘못 처리하면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다이옥신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LD50(반수치사량)은 0.02mg/kg. 세계보건기구는 ‘지극히 위험한’ 물질로 분류. 1957년 독일의 빌헬름 샌더만이 최초로 발견. 1976년 7월 16일, ‘세베소 재앙’으로 불리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뒤 ‘세베소의 독’이라고도 불림. 다이옥신 80g을 상수도망에 뿌리면 8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 하나를 없앨 수 있다. 인간이 다이옥신에 노출되면 온몸에 농포가 올라와 몇 년 동안 지속되거나 평생 사라지지 않는 염소여드름에 걸린다.


벤젠

클로르벤젠 또는 모노클로르벤젠. 벤젠은 원래 콜타르의 부산물이다. 합성 접착제와 염료 제작에 용매로 사용되었고 금속의 얼룩을 빼기 위한 용매, 합성 고무, 플라스틱, 폭약, 농약 제조 시 중간재, 휘발유 첨가제로 쓰이기도 했다. 간, 신장, 폐,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증기로 흡입하면 200ppm(930mg/㎥) 노출 시 안구와 호흡기가 자극된다. 대량 노출 시에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반수 상태, 신체 조정 능력 상실, 중추신경계 퇴화, 의식 혼란 등 급성 신경계 질환을 동반한다.


DDT

1939년 스위스의 폴 뮐러가 발견. 제초제의 성분으로 쓰였던 내분비계 교란 물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벼룩을 없애기 위해 수천 명에 달하는 군인, 난민, 포로에게 사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해충이라도 박멸할 수 있는 ‘기적의 살충제’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특히 말라리아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LD50은 113mg/kg(쥐의 경우)밖에 되지 않지만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내분비 계통을 교란시켜 암을 유발하고, 특히 아이를 낳기 전에 노출된 사람에게는 기형아 출산이나 불임 및 난임이 발생할 수 있다.


▸추천의 말


아는 것이 힘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식탁을 점령해야 한다!

《르몽드》


농약에서부터 식품첨가제까지 우리 일상에 만연한 독성화학물질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압력과 조작을 폭로한다.

《엑스프레스》


저자가 원하는 것은 특종이 아니라 모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증거다.

《라크루아》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위험 물질들을 열거하는 데에 있지 않다. 화학물질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단서를 흐리는 화학 기업들의 조작을 파헤치기 위해 추리소설 기법을 도입한다.

《주르날뒤디망슈》


철저하고 정밀한 데이터와 수치로 보는 충격적인 현실!

《레쟁록큅티블》



▸지은이 소개

마리 모니크 로뱅 Marie-Monique Robin

언론인, 다큐멘터리 제작자.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했고, 프랑스 공영 채널 중 하나인 France3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1989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1995년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언론인상 알베르 롱드르 상을 받았고,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누비며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를 제작하여 국제무대에서 서른 차례 상을 받았다. 오랜 기간의 취재를 거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현재 그것을 다시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그녀가 다룬 문제로는 인권, 에이즈 예방, 매 맞는 아내, 아동 성폭력 퇴치 운동의 부작용 등이 있으며, 2004년부터는 생물다양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장기 도둑: 장기 매매에 대한 집중 취재』, 『식스센스, 과학과 파라노말』, 『20세기 명사진 100』, 『21세기 명사진 100』, 『죽음의 기병대, 에콜 프랑세즈』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권지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를 나온 뒤 파리통역번역대학원(ESIT) 번역부 특별 과정을 졸업했다.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장벽』, 『르몽드 세계사』, 『2033 미래 세계사』,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서구의 종말, 세상의 탄생』, 『검열에 관한 검은 책』 등이 있다

 

 

http://blog.aladin.co.kr/minumsa/700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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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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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차

 

황정은 - 상류엔 맹금류  (황현경 - 터프해라)

조해진 - 빛의 호위  (박인성 - 감각의 디아스포라)

윤이형 - 쿤의 여행  (금정연 -with or without 쿤)

최은미 - 창너머 겨울 (전소영 - 창 안쪽 상흔)

기준영 - 이상한 정열 (이재원 - 뛰고 또 다시 뛰는)

손보미 - 산책  (신샛별 -나는 잠들고 있는데, 너는 산책을 떠나네)

최은영 - 쇼코의 미소 (양재훈 - 그들은 다시 만나야한다)

 

각 작품 뒤에 작가의 말과 해설.

작품을 낳은 작가들의 필력이야 더할나위없이 건강하고 뜨겁지만, 그 작품의 해설을 적어내린 이들의 역량 또한 대단했다는 것을 감출 수 없다.

특히나 금정연의 해설과 전소영의 해설은 잘 쓰여진 수필이거나 간질거리는 편지같아서 웃음을 지은채 읽어내리며 무릎을 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렵지 않은 말들로 작품의 정서나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 쓰여지는 해설은 잘 만든 브라우니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해설자들의 역량을 운운하다니, 좀 우습지만 사실 작가들의 작품은 기대감과 어느정도의 가늠치가 있었다면 해설자들의 해설은 뜻밖의 당첨선물같은 느낌이었으니 더 생생하게 남았는지도 모를일이다.

우리 문단은, 참 건강한 작가들과 쌈빡한 평론가들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한껏 뻐근했던 책이었음을 고백한다.

 

 

#2. 밑줄

 

- 답이 없다고 질문을 버리면 그 보통의 존재는 마침내 괴물보다 더 위험해진다. 그런 이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상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도 만드는 게 다름아닌 '나'들이다. (p41 황현경의 황정은 해설)

 

- 전쟁의 비극은 철로 된 무기나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젊은 여성의 젖은 눈동자 같은 데서 발견되어야 한다. (p49 조해진 빛의 호위)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는 소문자 역사 (history)의 형태로만 기록될 수 있는 삶에 다가서기 위한 최소한의 입구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가. 문제는 그 입구에 들어서는 자의 불안이 구체화되는 순간이다 (...) 서술자 '나'의 두 눈이 집안의 어둠 속에서 그저 암순응만을 기다려야 했던 것처럼. 그러한 희미하고 불확실한 감각에 스스로를 내맡길 때에만 비로소 구체화되는 삶의 순간이 존재한다. (p72~73 박인성의 조해진 해설)

 

- 오래전 내가 쿤을 만난 날도 꼭 이랬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를 모두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된 날, 거울에 비친 나는 잘못되어 보일 만큼 불완전했고, 그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p108  윤이형 쿤의 여행)

 

- 상흔이라는 것이 결국 우리가 지닌 가장 진솔한 공감의 장소라는 것을 말이죠. 고통(passion)이 공감(com-passion)의 가장 순수한 매개라는 건 외롭고 슬프고 또 다행스러운 일이예요.(p169 전소영의 최은미 해설)

 

- 사건의 진실이 하나일 때에도 사람의 진실은 여럿일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만들어낸 관계에 오해와 의심과 해명이 끼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236 신샛별의 손보미 해설)

 

- 자신의 삶으로 절대 침입할 수 없는 사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먼 곳에 있는 사람이어야 쇼코는 그를 친구라 부를 수 있었다. (p224 최은영 쇼코의 미소)

-나는 그냥 쇼코의 가상 친구나 일기장 정도였는데, 쇼코는 그냥 그 일기장에 일기 쓰기를 그만둔 것뿐인데, 일기장주제에 쇼코의 삶에 개입하려고 했다. (p260)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p261)

-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p271)

-슬픔을 억누르고 억누르다 결국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엄마였다. 평생을 함께 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눈물을 풀어낼 수조차 없는 사람, 울고 게워내서 씻어낼 줄을 모르는 사람, 그저 차가운 손과 발, 두통처럼, 보이지 않는 증상으로만 아픈 사람이 엄마였다.(p286)

 

# 3. 영양가 없을 댓글

 

*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

: 황정은에 대한 기대감은 늘 크다. 그의 이름이 주는 즉각적인 느낌은 거침없음이다. 감추고 숨기며 말랑하게 돌려 이야기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고집스러움이 보인다. 황정은의 ettitude인 것이다.

존중받아 마땅하고 그녀의 것으로 두는 것이 예의이다. 물론 그 영역을 깨뜨리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기대감은 곧잘 실망이나 질투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녀의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잔영이 너무 깊에 남은 까닭에 기대감은 더없이 커졌고 사실은 살짝 질낮은 숨이 삐져나오기도 했다. 저급한 독자의 조급한 기대감인것이다.

CREEP을 불렀던 RADIOHEAD를 떠올렸다. CREEP의 성공으로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아마도 오래도록 같은 노래를 불렀을게다. 자신에게 명예를 안겨준 노래..하지만, 그들은 어쩌면 High and dry나 Just를 부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노래의 주인으로서 어떤 평가도 없이..상류엔 맹금류를 쓰는 황정은의 모습과 톰 요크의 모습이 부채의 앞뒷면처럼 번갈아 펄럭거린다. 시리다.

 

 

*조해진 - 빛의 호위.

:조해진, 이 책을 읽으며 이름을 적어놓은 젊은 작가다. 눈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 마치 내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속에 투영된 내 표정을 읽어낼 줄 아는 것처럼..그는 자신의 작품의 끝에 이런 말을 남겼다 '대단하고 위대한 삶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인간다워지는 순간에 대해서 쓰고 싶어서였다고요.'

대단하고 위대하지 못한 삶들의 부딪힘과 그 산란이 엮어가는 빛의 세계, 그 대단하고 위대함을 그는 보고 있는 것일까? 야무지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은, 냉철하지만 차갑지만은 않은 작가를 만나게 된것이 더없이 좋다.

누군가 몇권의 책 제목을 말해주며 "참 좋다~"는 내 말에 격하게 동의해주어 더 좋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은 때는 이렇게 보석같은 작가를 발견하는 일일게다.

오래도록 입안에 굴리는 말..디아스포라..디아스포라...

 

*윤이형 - 쿤의 여행

: 참신한 이야기. 윤이형의 서사력. 마치 기담인양 현실인양 현실과 은유의 미묘한 간극을 오가며 적절하게 끄집어내는 내면의 소리가 매력적이었다. 도대체 '쿤'은 무엇일까?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어디에도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정체불명의 단어. 단순한 사람들이 늘 그렇듯, 뭔가 하나 안풀리면 골똘히 생각을 꽂아두고 꼼짝을 안하게 되는..바로 그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의 쿤은? 언제쯤 만난거지? 나는 쿤을 떼어내야하는건가? 이녀석을 떼어두고 휘적이면서라도 내 힘이란걸 믿으면서 살아낼 수 있을까? 이사람 좀 용감한데? 이런 생각들이 문장을 따라 흐른다.

마치 잘 쌓여진 산성의 담을 따라 기어가는 오래묵은 구렁이처럼 스멀스멀..

 

* 최은미 - 창 너머 겨울

:장난기였겠지만, 산울림의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라는 노래를 틀어놓고 한참을 흥얼거리다 책을 폈다. 책 속의 온도는 낮다. 건조하고, 햇살이 쨍하다. 북서계절풍이 부는 그런 느낌.

아주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작품을 위해 적절하게 쓰이고 자신이 쓰임받은 그 자리에서 온몸으로 빛나는 글이다.

억지로 안간힘을 써서 짜낸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금은 서늘하지만 쨍한 햇살 덕에 서럽기만하지는 않는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피식 웃음이 터지는 대목까지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겠는가. 떨잠을 사고 싶어졌다.

 

*기준영 - 이상한 정열

: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담담하다는 건, 담백하다는 건 이런것이겠구나 했었다. 감정의 과잉이나 너절한 감정의 소비없이 담담하게 그려내는 힘. 자칫 맥이 풀려버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단단히 조여 쥐는 이야기의 긴장. 기준영의 글은 그렇다. 노련한 사공이 젓는 호젓한 나룻배처럼 한창 일렁이기도 하지만 뒤집힐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뱃사공이 어찌할 것인가가 가늠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의 노하우는 비범한 무엇이니 말이다.

다만, 그를 믿고 그의 배에 오르는 것,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비경에 감탄하며 혹은 눈물을 찍어내며 그의 풍경을 읽어내면 되는 것이다.

쌈빡하다는 말..이럴 때 쓰는거지 싶다.

 

*손보미 - 산책

그들에게 린디합을..이라는 책으로 작가를 처음 알게 된다. 여러 리뷰어들이 그녀의 경쾌하고 맑은 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듣는다. 호기심은 생겼으나 그다지 호감을 갖진 않았지만, 이렇게 만나는 손보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에 해설을 맞은 신샛별은  '손보미가 누구보다도 관계의 속살을 면밀하게 이해하고 있는 작가'라고 이야기한다.

딱 떨어지는 평이다. 진부하거나 식상한 관계의 설정이 아닌 관계속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투영해내는 힘이 있다.

어정쩡하게 펼쳐놓은 관계 속의 갈등이 아니라, 가지런하게 펼쳐놓고 조목조목 짚어가는 느낌이다. 이거는 이거랑..저거는 저거랑..그래서 말이지..하는 식으로..

그래서 화려하거나 거창한 문장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좋을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담요'를 읽고 많이 울었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손보미의 글을 읽고 싶어졌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단정한 진실과의 마주서기란 얼마나 깔끔한 자세인가..

 

*최은영 -쇼코의 미소

나와 쇼코와 나의 할아버지와 쇼코의 할아버지와 나의 엄마.

거의 대부분의 글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아니 읽어냈다. 정말 잘 짜여진 구성과 관계.

쇼코의 미소를 필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번이고 다시 되짚어 읽게 되는..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 다 읽은 것 같지 않다.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쇼코와 나의 이야기가 책갈피 어딘가에 전달되지 못한 편지처럼, 엽서처럼 꽂혀있을것만 같아서 말이다. 최은영을 알게 된것은 아주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 4.

젊은 작가라서 다행이다. 노련함을 뽐내지 않고, 글 속에서 보여지는 매너리즘도 없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그러나 매끈하지는 않게 그려낸다. 매끈하지 않다는 건 숙련이 덜 되었다기보다는, 그들이 고민하고 품고, 다시 고민하고 글과 함께 살아낸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는 것이다.

축축한 흔적이, 서러운 눈물 자욱인지, 긴 하품 끝에 나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의 설움과 잠을 헤집고 다녔을 그놈의 글이 제법 단단하고 야무진것이다.

<젊은>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아직 한참 더 기대를 갖고 읽을 것들이 많이 나타날테니 말이다.

다음 해에도 개최 될 것이 분명한 축제를 잘 즐기고 돌아서는 느낌이다.

괜찮다. 축제는 또 열릴테니까. 좀 더 뜨겁고 세련되고 젊고 힘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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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사회를 넘어서  

서평단 모집 (2014.04.22~30)


─ "무엇을 사든 고장이 보장됩니다!"

 


올이 풀리지 않는 나일론 스타킹, 2500시간 사용 가능한 전구는 왜 사라졌을까?

새 컴퓨터 모델은 왜 호환이 잘되지 않을까? 아이팟 배터리 수명은 왜 18개월일까?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유지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 눈부신 기술 혁신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물건들은 점점 더 빨리 고장 나는가?
‘계획적 진부화’ 개념을 통해 보는 자본주의 소비 사회의 진실

 경영학에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란 용어가 있다. 기업이 내구 소비재의 대체 수요를 증대할 목적으로 제품을 계획적으로 진부화시키는 행동을 말한다. 진부화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기술적 진부화란 기술적 진보로 인해 기존 설비가 구식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옛날 청동기가 뗀석기를 대신하고, 증기 기관차가 마차를 대체한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심리적 진부화란 광고나 유행에 의해 제품을 구식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기존 제품과 새 제품의 차이는 겉모습, 즉 외양과 디자인의 차이, 심지어는 포장의 차이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요 주제인 계획적 진부화는 인위적으로 수명을 단축하거나 결함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애초 설계 시점부터 제품의 수명이 조작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린터에는 인쇄 매수가 1만 8000장이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마이크로 칩이 삽입되어 있다. 1940년 듀폰사에서 출시된 스타킹은 올이 풀리지 않고 자동차 한 대를 끌 수 있을 만큼 튼튼했지만, 자외선 차단 첨가물의 양을 조절한 이후부터 여성들은 규칙적으로 새 스타킹을 구입하게 되었다. 1881년 에디슨이 만든 최초의 전구 수명은 1500시간이었고, 1920년대 생산된 전구의 평균 수명은 무려 2500시간이었지만, 현재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 등 기업 간 담합으로 1000시간 이하로 정해졌다. 수리가 불가능한 아이팟의 배터리가 제조 단계에서부터 이미 수명이 18개월로 제한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 가치의 쇠퇴를 대량 생산하는 ‘발전된’ 사회 일회용 제품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일회용 콘돔과 생리대, 그릇, 포장 등 각종 생활 용품뿐만 아니라 수리할 수 없는 휴대용 라디오, 3년 주기로 바꾸는 자동차, 유행에 따라 리모델링하는 건물, 유통 기한이 도입된 식료품, 정년퇴직 등 이제 제품 수명 단축의 논리가 산업 생산 전체를 지배한다. 경영학자 시어도어 레빗은 다윈의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product life cycle)’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냈다. 이렇게 계획적 진부화는 일종의 자연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바겐세일, 정기 세일, 가격 파괴, 가격 인하, 할인, 특가, 프로모션 행사 등과 동의어가 된 소비주의는 염가 처분, 가치 하락과 상실의 정신을 확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덕, 원칙, 이상의 상실”을 부추긴다. 
 모든 것은 판매 가능한 것이 되는 동시에 가치 하락을 겪는다. 이른바 ‘발전된’ 사회는 쇠퇴를 대량 생산한다. 다시 말해 가치의 상실, 상품을 넘어 인간까지 포함하는 일반화된 퇴락을 양산한다. 일회용 제품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상품은 쓰레기로 버려지고, 인간은 소외되거나 ‘사용’ 후 해고된다


▶ 벼랑 끝에 선 생태계, 성장이라는 바이러스의 완전한 퇴치를 향하여

 평균 18개월 사용되고 버려지는 휴대 전화는 비소, 안티몬, 베릴륨, 카드뮴, 납, 니켈, 아연 등 다량의 독소를 포함한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2002년 미국에서는 작동 가능한 휴대 전화 1억 3000만 대가 폐기 처분됐다. 전자 제품 폐기물의 처리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테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셈이다.
 한편 제한된 자연 자원의 고갈과 관련하여 새로운 차원의 인간 존엄성 훼손의 문제도 발생한다. 아프리카 콩고는 휴대 전화 생산에 필요한 콜탄 때문에 전쟁 중이다. 중국 서부에서 진행 중인 희토류 개발은 투르크계 주민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며, 나이지리아 니제르 삼각주의 석유 개발은 오고니 부족의 학살을 불러왔다. 그러나 끊임없이 ‘신상’으로 교체하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우리는 이런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자는 구호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물건은 반드시 고장 나고 우리는 새 물건을 사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검소한 생활을 제안하는 차원을 넘어 성장이라는 바이러스의 완전한 퇴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책에서 라투슈는 검약과 자기 통제, 내구재의 공동 사용, 에너지 자립을 갖춘 전환 마을 운동, 비재생자원 관리를 위한 세계 공동 기구 설립 등을 제안한다. 그가 제시하는 탈성장 방법론의 핵심은 우리의 상상력을 탈식민화하는 데 있다. 즉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까지 급진적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 제국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 『낭비사회를 넘어서』 (민음사) 차례

 

머리말

서론: 성장 중독


1 말과 사물_계획적 진부화의 정의와 성격

1 계획적 진부화란 무엇인가?

2 제품이 죽어야 소비 사회가 산다


2 계획적 진부화의 기원과 영역

1 계획적 진부화의 등장

1 인류학적 상수

2 전통이라는 장애물

3 위조의 시대

4 사고방식의 전환


2 계획적 진부화의 영역

1 ‘일회용 제품’의 등장

2 디트로이트 모델

3 진보적 진부화

4 유통 기한의 도래

5 음식의 진부화


3 계획적 진부화는 도덕적인가?

1 계획적 진부화의 사회적 역할

2 진부화와 윤리

3 인간의 진부화


4 계획적 진부화의 한계

1 소비자와 시민의 반응

2 진부화와 생태 위기

결론: 탈성장 혁명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낭비사회를 넘어서』 지은이 세르주 라투슈 Serge Latouche

1940년 프랑스의 항구 도시 반에서 태어났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파리 11대학 경제학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로, 발전 지상주의와 경제를 통한 세계 지배라는 관념을 통렬히 비판한다. 저서로『메가머신(La Megamachine)』(1995), 『탈성장에 걸다(Le Pari de la decroissance)』(2006), 『평화로운 탈성장 소론(Petit traite de la decroissance sereine)』(2007), 『소비 사회를 넘어서(Sortir de la societe de consommation)』(2010), 『검소한 풍요 사회를 향하여(Vers une societe d’abondance frugale)』(2011) 등 다수가 있다.


▶ 『낭비사회를 넘어서』 옮긴이 정기헌

파리 8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란츠의 레퀴엠』, 『퀴르 강의 푸가』, 『프랑스는 몰락하는가』, 『해피스톤은 왜 토암바 섬에 갔을까』, 『리듬분석』 등 다수의 책을 옮겼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번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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