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란 무엇인가
매슈 드 어베이투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부터인가 여행은 현재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로망이며 취미가 되어졌다.

티비에서도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세계 여러나라의 모습, 혹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심심치않게 방송되고 야외에서 취침을 한다는 것, 가족들과 친구들과 캠핑을 떠난다는 것이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 제법 나이가 있는 부모세대는 캠핑이란 것이 스카우트 활동이나 청소년단체의 활동이 아니고서는 별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체험이었다. 

oo캠프..xx체험..이런 말들이 대수롭지 않게 들리게 되고, 방학때면 아이들을 어느 캠프에 보내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부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캠핑. 이제는 누구나 떠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모험이고 체험이고 놀이가 되었다.

홈쇼핑 채널에서도 캠핑용품을 요란스레 구성해서 팔고 있고, 꿈꾸는 아빠들과 엄마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이 떠나는 캠핑.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경험이다. 하지만, 종종 캠핑을 떠나며 기대감에 들떠있던 가족들이 돌아오는 길에 시무룩해서 돌아오거나 다음번 캠핑에 대한 계획이 요원해지기도 한다.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기억들이 남은 까닭일게다.


왠지 준비를 해서 떠나기만 하면 낭만과 추억이 저절로 만들어질 것만 같은 캠핑.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용품은 준비가 되었겠지만 내용이 준비가 되지 않은 까닭일게다.

캠핑의 내용. 그것은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가족의 역할분담과 서로가 책임져야 할 것들에 대한 약속, 그리고 불편을 감수해도 좋은 무엇을 챙겨넣지 않은 까닭이다. 스위스제 접이칼을 넣는 자리에 연연하다가 결국 빼먹은 것.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충분히 건강하고 아름다울 캠핑을 망치는 것은 아니었을까?


매슈 드 어베이투어(tour가 아니었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볼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세 아이와 아내와 온가족이 떠나는 캠핑. 그 안에 그의 노하우가 들어있으니 말이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이나 정보의 전달차원이 아닌, 캠핑의 이야기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이다.

또한 캠핑의 자세, 주변과 어울리기 위한 규칙과 매너에 대한 귀뜸도 들어둘만하다.


1. 배낭 꾸리기와 텐트 치기

2. 캠프 대장

3. 캠프파이어의 부름

4. 캠프에서의 활동

5. 캠핑 신비주의자들

6. 완벽한 야영장

7. 자동차 캠핑

8. 캠핑의 필수품들

9. 완벽한 텐트

10. 캠프 철거


리스트만 보면 왠지 텐트를 치고 철거하는 과정이 도면으로, 삽화로 들어가 있을것 같고, 야영장의 지도나 배낭의 해부도가 있을것만 같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있겠지만..이 책에서는 그 모든 과정들이 이루어지는 의미들, 역사적인, 사회적인 의미들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숲살이(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마음에 꽂혔다. 너무 좋은 단어)를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어느 페이지에선가 공개되어버린 성생활까지. 놀랍지 않은가? 

어쩌면 이런 놀라움은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이미 드러나있었다.


<캠핑이란 무엇인가 -THE ART OF CAMPING>. methodway 가 아닌 ART 이지 않은가.

곧 휴가철이다. 저마다 어디로든 떠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강박이 있는 시기..또한 실제로 떠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는 시기이다. 이제 떠나보자. 

가족과 캠핑을..떠나보자.

이 책을 읽고 떠나기보다..책을 끼고 가보자. 모닥불을 피워두고 조용히 앉아 숲살이를 하던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왜 캠핑인가 생각에 빠져보자. 

그렇게 산문집을 읽듯 읽어도 나쁘지 않을 책이다. 그래서 살짝..우리말 제목이 아쉽다. 

"캠핑을 책으로 배우려고?" 내 옆지기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책을 펼치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그게 아니고..'를 했어야했던..


떠나기 좋을 때, 떠나고 싶을 때, 우연치않게 만난 책 한권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캠핑도 역시 해방과 자유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시적인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자연 속으로의 일탈을 통해서 우리의 몸과 정신을 옥죄는 도시 생활이 안겨주는 피로감을 어느 정도는 씻어낼 수 있어서 굳이 자연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하는게 아닐까.(p7 옮긴이의 말에서)

물질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일회용 물건들과 불합리한 행동은 인성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 벼락 경기나 대단한 호경기가 오래 지속되는 동안 부모들은 무절제한 소비와 낭비를 찬미하는 문화 속에서 자녀들에게 절제와 적절한 균형의 가치를 주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썻다. 경제의 흐름이 바뀌자 문화적인 우선순위에 대한 재평가, 우리 자녀들은 우리보다 더 강인해져야 한다는 생각등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많은 가족들이 조직화 되지 않은 형태의 근사한 여행, 곧 캠핑을 한다.(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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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깊숙한 곳에 사는 것이 늘 큰 복이다 생각하고 지냅니다. 창을 열어 보게 되는 바다는 언제나 넉넉한 표정을 보여주곤 하거든요. 때없이 걷게 되는 바다옆 제방길은 언제나 엉켜진 생각을 풀어주고, 서러운 마음을 도닥여주곤 합니다. 이른 새벽의 푸른 바다와, 해질녘의 붉은 바다, 보름달이 뜨던 그날의 도도했던 바다옆 산책길은 언제나 잦아진 마음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제 산책길도 긴 산문같은 길입니다. *^^* http://blog.aladin.co.kr/773159103/7037007 https://twitter.com/sooLa74373349 http://blog.naver.com/rudnfdl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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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1. 곡예사

 

곡예사의 삶이라면 그 세세한 사연을 굳이 꼽지 않아도 뭔가 아릿하다. 사는것 자체가 곡예일지도 모를 아슬한 삶의 줄을 걷는다는 다소 감상적인 공감력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상승은 그런 곡예사의 이야기다. 실제로 쌍둥이 빌딩 사이를 줄 하나에 의지해 건넜던 실존인물에게 영감을 얻어서 쓰여진 글이라고 한다.

 


 

이런 모습이었을까? 걸어야 할 길은 정해져 있고, 건너지 못하면 추락이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성공적으로 줄을 건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완벽하지 못한 채 비상의 꿈을 품는 것도 꼭 날아야 한다는 당위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 위에서, 땅이 아닌 곳에 놓여진 꿈을 꾸며 아름다운 하강을, 혹은 완벽한 추락을 이루어 내는 것이 그 목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떨어진다는건, 참혹한 실패가 아니라, 자신의 발이 처음 힘을 주었던 가장 건강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일게다.

 

#2. 집시

 

곡예사..그 단어만으로도 아릿할진대..집시다.

늘 떠도는 외로운 별들의 노래처럼 그렇게 살며 사랑하며 집시로서 집시답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다.

가장 천대받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눈동자가 빛나는 건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물결같은 이야기들 때문일게다. 그들의 영혼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글 사이마다  나는 문득 헝가리 집시 아티스트 <Muzsikas>를 떠올린다.

완만한 구릉이 시작되는 곳에 작은 모닥불, 누군가의 바이올린이 연주되고, 모닥불의 빛을 온 얼굴로 받아낸 표정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낮고 천천히 시작된 노래는 어느 결에 물결이 되고 파도가 되어 구릉을 뒤덮는다.

이런 꿈을 꾸는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상승>

 

 

http://youtu.be/Gc-4Fb780Is

 

그들의 노래를 엿들어본다. 작년엔 내가 사는 곳에 온 적도 있는 팀이다.

 

# 3. 문득

 

먼 곳의 별을 보며 떠나고 싶어하던 때가 있었다. Annie Haslam의  Ocean gypsy를 귀에 꽂고 집시처럼 바람을 느끼고 별을 세던 시간말이다. 그 때, 아마 나는 내 자리의 위기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균형을 잃고 흔들리며 쓰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저 건너에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당위를 자신에게 설득하면서 말이다

단 한번도 아름다운 추락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시절,

떨어져 내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지 못할것이라는 것이 더 두려운 나이가 되어서야 이 아슬한 줄의 건너편에 반드시 가닿을 당위를 내려놓는다. 물론 내려놓은 것들만큼 균형은 더 흐뜨러졌지만..괜찮다.

어차피 저 아래서부터 올라온 것이고, 저 아래에 내가 두고 온 이야기와 노래가 있으니 말이다.

태양의 자리와 나의 자리는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

딱, 내 노래가 닿을만큼의 자리일 뿐..

 

 

상승

p.415

 

  셜보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멈춘 자세에서 목에 건 음료 병을 꺼내 아래로 떨어뜨리고 그것이 나비처럼 작아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는 균형장대를 내려 줄에 대고 두 다리를 공중으로 차올렸다. 얼굴에 피가 몰려 화끈거릴 때까지 물고나무 서기를 했다. 그러곤 다시 줄에 발을 내려놓고 똑바로 섰다.

  셜보는 사방에 펼쳐진 사막을 보았다. 간간이 초록과 빨강이 섞인 백만 가지 색조의 갈색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사막을 보며 아래서 따뜻한 공기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거기선 자신과 탁 트인 공간의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그의 뼈대는 튼튼하고 입은 촉촉하고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은퇴라는 단어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 물러났다. 그는 줄 위에 서 있었고 그렇게 서 있는 한 영원히 살 것이었다.

 

상승

작가
스티븐 갤러웨이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2.06.3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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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룸프레스의 제안들..다행히도 모두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제안들..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의 제안. 작은 책자지만 야무지게 들어차있는 내용들을..살아가는 동안 한번쯤 그 제안들에 고개 끄덕여주는 시간을 만드는 여유가 있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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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의 글은 덧난 상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상처의 처음과 만나게 하는 시간, 그래서 처음의 고통과는 다른 강도와 색채의 고통을 되짚게 한다. 아플 줄 알면서도 딱정이를 떼고, 앙다문 입술로 `그래도 괜찮아`라고 이야기 하게 하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시릴 줄 알면서 맨손으로 눈덩이를 만들듯이..아니, 어쩌면 눈덩이는 맨손으로 시리게 만들어야 단단해진다는 걸 알려주듯이 전경린의 글은 그렇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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