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1. 여름엔..
여름엔 뭔가 머리를 쓰거나 깊이 생각하는 책을 피하는 편이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어떤 조건에 따른 적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도무지 집중이 안되는 여름. 어떤 이들은 오히려 깊이 생각하는 책을 읽는다고 했다. 그렇게 몰두하다보면 더운것도 잊는다고..나는 아직 그정도 경지는 아닌가보다.
그래서인지 판타지를 읽거나 추리물을 읽거나 범죄소설이랄지 장르물 중심으로 읽곤 하는것 같다.
올 여름도 변함없이 그 기제가 발동했다.
그 첫 책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시리즈. 일단 그 첫번째 책을 읽는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도입부인 셈이다.
괴물학자와 어린 제자가 만나게 되는 괴물들.
이 괴물이란 것이 책의 묘사처럼 떠올라주질 않는다. 기억은 자꾸만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대학교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떠올린다. 이 잔혹한 괴물을 읽으려면 더 흉칙해야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다 기껏 생각이 미치는 것이 오크였다.
비슷하려나? 어쨌든 이 잔혹한 괴물 '안트로포파기'의 형상을 오크를 기본으로해서 중세의 괴물 이미지를 더하여 날렵하고 재빠르며 자비심이라곤 없는 포악한 이미지로 만들어 본다.
가슴 한가운데 날카로운 이를 가진 입이 있는 괴물. 어깨에 눈이 달리고 머리가 없는 괴물.
있을 수 없는 곳에 나타난 수십의 괴물을 맞닥뜨린 괴물학자와 제자(어리지만 영민하고 섬세한)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2.
워스롭 박사와 어린 제자(라기 보다는 조수에 가까운) 윌 헨리의 괴물 탐색, 퇴치라는 큰 줄기를 따라 이야기는 전개된다.
안트로포파기의 출현 이후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끈적하고 물컹한 살점의 느낌이, 비릿한 피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질 만큼 섬세한 묘사가 이야기의 속도감을 내는 기묘한 이야기다. 때로 이런 류(?)의 책을 읽다보면 속된말로 너무 징그러워서, 혹은 너무 적나라해서 덮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묘사가 오히려 속도감을 더해주다니, 뭔가 있는건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이들의 성장소설 같은 느낌도 준다. 매 순간 묻고 의문을 갖고 묻지 않아도 가르치려 드는 관계.
아버지를 잃은 두 사람이 괴물을 매개로 동지가 되고 가족이 되는 이면이 있다는 것이 그 속도감을 끌고 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본능. 가장 본능적인 움직임 같은..
괴물을 사냥하는 액션 보다는 괴물을 찾아다니는 그 이면..워스롭과 윌 헨리의 상실과 고통이 더 헛헛하게 읽힌다.
<우리의 적은 두려움이다.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두려움이지. 두려움은 진실을 좀먹고 명백한 증거를 오염시키며 잘못된 가정과 비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낸다. (p57)>
안트로포파기와 마주칠 때마다 냉철하게 판단하고 맞서는 건 그들이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번 두려움과 맞서며 그 두려움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모두가 꿈속에 봉인해두고 가설 속에 묻어 둔 두려움과 괴물. 그것이 현실로 뛰어 들어와 내 뒤를 쫓을 때, 그 섬뜩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중에야 나는 내가 봉사해야 하는 매우 필수적인 업무 중 하나임을 깨달았다. 어쩌면 다른 모든 일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였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의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 말이다.(p104)>
어쩌면 이 괴물박사와 제자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을지도 몰랐다. 서로에게 지독한 골칫덩이이며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주는 관계. 단단한 애증으로 서로에게 묶인 관계.
#3.
첫 한 권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그런 장면을 떠올렸다.
영화 캐리에서, 졸업무도회인가? 캐리가 돼지피를 뒤집어 썼던 장면.
흠씬 피에 젖어버린 두려움과 증오가 뒤섞인 눈빛.
이제 시작이야. 광기는 이미 충분해. 피의 광란을 시작해볼까? 하는 선전포고 같은 장면.
뒤의 이야기들이 사뭇 궁금하다.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는 소설이 되려나? 하는 생각이 흐릿한 비린내와 함께 번지는 것 같다.
아그작 아그작 사람을 씹어대는 환청이 들리는 것도 같다.
여름엔 이런 것이 어울린다. 악몽을 꾸기에도 적당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