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오래전에 절판된 후 애서가들이 헌책방을 찾아헤매게 한 김훈의 전설적인 산문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서 기억할 만한 최고의 산문들만을 가려 뽑고, 그후 새로 쓴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묶어냈다. >

 

단단한 김훈의 글. 라면을 끓이며라는 제목 때문에 라면을 주니 냄비를 주니 싸인본을 주니..말이 많다.

새롭게 혁신하겠다는 문학동네의 별로 다르지 않은 어수선함이다.

저희 이런 것도 드려요..라는 이벤트.

그런 이벤트 대상 도서가 무려 '김훈'이라는 것이 사실은 좀 못마땅하다.

그의 글이 이렇게 라면과 냄비와 싸인이 동원되어야 할 만큼 경박스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듯 묵묵히 단단히 제 길을 가는 것으로 김훈의 모습은 족하다.

갑자기 자전거에서 내려 개다리 춤이라도 추는 듯한 이 기분은 뭘까?

늙다리의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http://blog.naver.com/munhakdongne/220484953370

문학동네 블로그(?) 에서 묘한 것을 본다. 김훈의 말.

 

< 이 책은 오래 전에 절판 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바다의 기별'에 실린 글의 일부와 그 후에 새로 쓴 글을 합쳐서 엮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앞에 적은 세 권의 책과 거기에 남은 글들은 모두 버린다 - 김훈>

 

이 말을 읽으며 잠시 멍해졌다. 앞선 세 권의 책들이 버림받았다는건가? 이미 절판되어 더는 구하기 힘들고, 새로 찍을 이유도 없으니 그 책들의 글들 중 적당한 것들과 새로 쓴 것들만 끌어안고 나머지는 버린다는 말일까?

혹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버리고..하는 어떤 말처럼 소유하지 않고 깨달아감을 이야기 하는걸까?

하지만 어찌되었든 오해의 소지는 있겠다 싶다.

 

어떤 의미일지가 사뭇 궁금해졌다. 그렇게 비장하게 버려진 아이들의 이땅에 있었던 흔적들과 더한 것들을 내어주며 이렇게 깽깽소리나는 이벤트가 가당키나 한건가? 글을 버리는 작가의 마음은 어떤걸까? 버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해명을 들을 순 있을까?

행간에 새겨진 우아한 의미가 있는데 내가 못 찾아내고 있는걸까?

 

어쨌든..나는 그냥 세권의 책을 끌어안기로 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처럼 처량해보이는 까닭이다.

대신..라면은 당분간 끓이지 않기로 한다. 이 부글부글한 열기가 한 김 빠지고 뭔가 김훈이 김훈처럼 보일 때..그때 냄비소리도 없이 끓는 소리도 없이 데려와도 늦지 않겠다.

 

뭔소릴까? 아직도 궁금하다.

 

  에고 불쌍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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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9-1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출판사를 하는 제 이웃님도 ˝거기에 남은 글들은 모두 버린다˝라는 대목에
대단히 마음이 아팠다고 이야기했어요.

왜 `그런 표현`을 굳이 써야 했을까 싶은데,
저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을
1판 1쇄로 저희 도서관에 두는데
그 책을 `버릴` 생각이 없답니다...
버릴 수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