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1.

아무런 표지 그림도 없는 검은 책을 한 권 받는다. 가제본이라고 했던 이 책을 받고 잠시 생각했다.

그 어떤 디자인도 없는 표지가 어떻게 출간되어 나올지 가늠해보는 것은 흡사 이 표지 뒤의 이야기를 가늠해보는 것만큼 막막하기만 했다.

셜록홈즈.

그 이름만으로도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 현란한 추리와 과학적분석으로 범인의 숨통을 조이고 명쾌하게 그 전말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건 당연하다.

무려 백년의 시간을 머물렀던 이름이니 말이다.

홈즈와 왓슨. 이 엄청난 조합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없다.

커다란 사건의 그림 속에서 한 가운데 핵심부를 잘라낸 두 조각의 퍼즐인 셈이었으니까.

 


#2.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셜록홈즈와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가 대결을 펼치다 죽었다는 신문기사로부터 출발한다.

책장을 펼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신문기사..

손목이 묶인 채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미국인 조너선 필그림.

그 뒤를 잇는 셜록과 모리어티의 죽음.

사건의 현장에 도착한 체이스와 애설니 존스..

우르르 조각들이 떨어져 내린다. 그들이 위치할 자리는 어디쯤일지 추리가 시작된다. 이 거대한 음모와 범죄의 그림 속 그들의 자리는 어디일까.

머릿속에는 조너선 필그림은 왜 첫장부터 나와야했을까를 품고 간다. 도대체 누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체이스의 입을 통해 그 정체를 알게 된다. 도화선. 그래..그는 도화선이었다. 체이스가 이 곳에 올 수 밖에 없었던..

모리어티의 단서를 풀어야만 했던 동기로 말이다.

냉철한 분석을 해 내는 애설니(아..나는 자꾸 앤서니라고 읽는다..;;;). 셜록이 없는 자리에 묘한 쾌감을 갖게 한다.

그가 풀어내는 단서들의 비밀..연신 그래, 그렇지..하며 응수하며 읽어간다.

모리어티.

이 이름에 집중한다. 천재적 탐정과 맞서는 악의 중심. 셜록을 긴장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의 등장만으로 셜록이라는 거대한 강의 흐름은 급류가 된다.

소용돌이가 치고 때때로 엉뚱한 곳으로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강이 흐를 방향을 쥔 자는 셜록이지 않는가.



#3.

앤터니 호로비츠. 코난도일 재단에서 인정한 추리 작가라고 했다.

전작이 궁금해진다.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도 호기심이 생겼다.

사건의 전개방법과 해결과정의 스케일이 단순하거나 조잡하지 않다. 경시청의 폭파와 유괴 납치. 위험을 모면해가는 과정 또한 천운이 아닌 잘 짜여진 행보 속에 두어진 바둑돌처럼 적절하다.

자칫 사건에 집중해 기교적인 부분과 외적인 틀만이 화려해질 법도 했으나 그 속에 배어진 사람의 이야기 또한 읽을거리다.

매끄럽게 읽히는 책.

저절로 베네틱트 컴버비치가 떠올라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지만..앤터니 호로비츠의 호흡과 추리작가로서의 역량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잘 쓰여진 작품이다.

잘 만든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그래, 그런 느낌이었다. 매끄럽게 달리며 때론 급회전과 급강하가 이루어지며 긴장감을 주지만 억지스럽게 기우뚱대는 느낌은 생기지 않는다.

얼마전 읽은 포스팅이 떠올랐다.

역사소설을 쓰고 싶은 코난도일이 아무도 그의 작업에 관심을 주지 않자 경제적인 문제등에 몰리며 셜록 홈즈를 쓰기 시작했다고..그저 임시 방편으로 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짧게 쓰고 그만 두려했는데..결국 그는 셜록 홈즈의 코난 도일이 되고 말았다고 말이다. 심지어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의지로 셜록 홈즈를 죽여버리자 그를 다시 살려내라고 살해협박까지 받았다는 에피소드까지..가십처럼 쓰인 포스팅이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셜록은 어쩌면 범죄를 해결하는 해결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막막함 속에서 그것을 해결해가는 희망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백년전, 그때의 사람들에게..

백년 후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그런 작가가 이제 세상에 없고, 그가 남긴 셜록으로 추억을 회상하는 가운데 앤터니 호로비츠의 출현은 왓슨의 등장만큼 반가운 일임에 분명하리라.



#4.

 

 


책을 덮을 즈음 출간된 책의 표지를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던 표지 위에 내맘대로 비슷한 형태를 연필로 그려본다.

셜록..

그 실루엣을 그리며 이후에 만나게 될 호로비츠의 새 글들에 기대를 품는다.


코스가 아주 긴 롤러코스터를 내리지 않고 세바퀴쯤 돌고 온 느낌이다. 토할 것 같냐고? 아니..아직도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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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3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홈즈 실루엣 정말 똑같이 잘 그렸어요. 진짜 책표지에 있는 그림 같아요. ^^

나타샤 2015-07-03 21:34   좋아요 0 | URL
에고..가제본이라 표지도 없고..아쉬움에 장난삼아..ㅎ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Juni 2015-07-0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짱이네요 ^^ 대~~~~ 박입니다

나타샤 2015-07-03 21: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