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사고력은 일부러 꼬아놓은 서사 구조나 논거의 변화 등을 쉽게 따라갈수 있었고, 수시간 동안 긴 산문 속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좀처럼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한두 쪽만 읽어도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안절부절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고 곧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나는 다루기 어려운 뇌를 잡아끌어 다시 글에 집중시키려 애쓴다. 예전처럼 독서에집중하던 행위는 어느새 투쟁이 되어버렸다.

맥루한이 예견한 대로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사고방식의 모드 전환순간이라 할 수 있는, 지적·문화적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에이른 듯하다. 우리가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과 교환한 것은 카프가언급한 "우리의 구식 선형적 사고방식이다(아주 괴팍한 사람이나 이풍요로움을 거부할 것이다). 조용하고 집중적이면서도 산만하지 않은선형적 사고는 간결하고 해체된, 때로는 보다 신속하고 축약된 정보의 흡수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식의 사고방식에 밀려났다

수만 권의 책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당시 나는 오늘날 ‘정보 과부하‘라 부르는 증상과 같은 불안감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 그 수많은책들이 보여주는 과묵함 덕에, 또 이 책들은 자신들을 정확히 필요로 하는 독자가 다가와 서고 내 고정석에서 자신들을 빼내줄 때까지수년 또는 수십 년을 기꺼이 기다릴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마음의평안을 느꼈다. 책들은 마치 먼지가 자욱하게 깔린 목소리로 "서두를 것 없어.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내게 살과피와 같은 워드프로세서가 되었고 인터넷은 나를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기 같은 물건으로 바꾸어놓았다. 나는 마치 인간의 모습을 한할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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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