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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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잘 읽히는 책들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작가가 미련하거나 영리할 때. 미련한 작가의 글은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멍청한것과는 다르다.영리함을 가장한 영악한 작가의 글은 읽다보면 쉬이 피로해진다. 감정의 과잉이 되거나 멍해지기 일쑤라서 말이다.
이 책은 잘 읽힌다. 영리하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잘 재단된 조각이불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칫 밋밋하거나 과한 서사들이 들러붙기 쉬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들을 차근차근 잘 따라나선다. 작가의 의도따위 무시하기 일쑤인 나도 '어디 가자는대로 가볼까?'하며 그 의도를 읽어보려 애썼으니 말이다. 애를 썼다는거다 단지. 그 의도를 명확히 알겠다는것은 아니다. 다양한 눈 결정의 모양을 알고 있다해도 내 콧잔등에 떨어져 녹아버린 눈송이의 결정을 알아챘다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겠다.
설국은 여러 번역으로 읽으면서도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뭔가 더 있을텐데..라는 의구심. 더 있길 바라는 기대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지워버리고 남은 여백을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던건 아니었을까. 그의 허무가 내게 닿는것이 두려웠던걸까? 에 생각이 미치자 내 머릿 속에 남은 설국의 온도가 조금 낮아지고 조금 더 분명한 눈이 보인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호기심이 인다.이미 출간된 것들(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0번이군)과 출간예정인 것들을 훑어본다. 입맛이 당기는군!
유서 한 장 없이 태연히 생을 놓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은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을테지만 그의 '마지막 생을 놓음'으로 비로소 매듭지어진 작품인듯 하다. 설국은 어쩌면 그의 삶을 관통한 차가운 허무였으리라.
눈부시게 시린 조각이불 같은 책을 읽었다.
개운하다.

다음 목록으로 니체와 페소아를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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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2019-10-03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타샤 킨스키 좋아합니다

나타샤 2019-10-03 15:47   좋아요 0 | URL
^^ 테스에서 참 예뻤죠..

소피아 2019-10-03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스 ... 매우 예뻐 뿅갔어요

나타샤 2019-10-03 15:52   좋아요 0 | URL
나타샤 킨스키는 아니고 ..백석의 나타샤이긴한데..예쁜 나타샤도 괜찮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