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게모노 1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란의 시대에 무인으로 태어나 풍류를 탐하는 후루타 사스케. '덕후'라는 단어 외에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그는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고, 그 물건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심지어 사그라든 덕력을 깨우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효게모노』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토요토미 히데요시나 토쿠가와 이에야스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름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차(茶)'를 다루는 일본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 센노 리큐도 만나볼 수 있다. 주인공 후루타 사스케 역시 실존인물이다. 하지만 전국시대의 복잡한 역사를 몰라도 『효게모노』는 충분히 재미있다. 선이 굵은 그림체로 역사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코미디의 피가 흐른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과도하게 풍류에 심취하는 무인들의 모습은 그대로 하나의 풍자이다.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표정과 물건 앞에 대의를 저버리는 얄팍함, 겉으로는 신념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욕망을 좇는 나약함은 작품 전반에 걸쳐 웃음을 유발한다. 작품의 제목인 '효게모노'는 괴짜, 웃기는 놈을 뜻하는 말이다. 주인공 사스케뿐 아니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효게모노일 것이다.

『효게모노』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뭐니뭐니해도 '물욕'이다. '간소함'을 추구하는 리큐도, '화려함'을 추구하는 히데요시도, 그 사이에서 방황을 거듭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사스케도 결국은 물욕으로 움직인다. 그들의 물욕은 단순한 소유욕을 넘어 자신의 취향을 인정받고 모두를 같은 취향으로 물들이고 싶은 욕구로 발전한다. 이 욕망들이 거대한 사건을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재미 하나는 보장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만화답게 여성 캐릭터(캐릭터라고 할 만한 등장인물조차 없지만)의 대상화가 심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여성 무인도 등장할 법한데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아 아쉽다(20권이 넘는 시리즈이니 나중을 기대해 본다).

혼란스러운 전국 시대에 무인이 되기보다 풍류객으로 살기를 택한 후루타 사스케가 그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소위 덕력의 강력함을 아는 우리는 그의 물욕과 야망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자신이 행복한 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훌륭하기 때문에 아무도 너를 믿지 않는다.
인간이란 동기에 사리사욕이 따르지 않으면 수긍하지 못하는 법.
따라서 의심은 할지언정 아무도 네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다. 뱃속까지 다 읽혀도, 이해하기 쉬운 내게 흘러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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