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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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애시대>는 젊은 부부가 아이를 잃은 고통 때문에 헤어졌다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가 실제로 많이 헤어진다는 것을 이 드라마 때문에 처음 알았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하 『당신의 별』)도 아이를 잃고 각자의 상처만 바라보느라 서로를 놓쳐버린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다른 점이라면 『당신의 별』의 부부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신의 별』은 시작부터 강렬한 전율을 선사한다. 불길하게 울리는 우진의 전화벨과 아내 혜인의 첫 마디.

"당신,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야."

첫 여섯 페이지만으로 이 소설은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독자를 빨아들인다. 혜인은 왜 이런 말을 남긴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우진과 함께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380쪽짜리 소설은 단숨에 목적지에 도달한다. 『당신의 별』은 장르소설답게 우진이 진범을 찾아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진짜 중요한 것은 진범의 정체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조금씩 파괴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먼저 우진의 딸 수정이가 죽임을 당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범죄나 사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은 이유를 모르면 남은 가족들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한다. 우진이 진범을 찾아나선 것도 바로 수정이가 죽은 이유를 알기 위해서였다.

가족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고, 시간이 지나면 희미한 흔적으로 남는, 언젠가 치유될 수 있는 아픔이 아니다.(45~46쪽)

또 한 가지 『당신의 별』이 지적하는 문제는 갈 곳을 잃은 10대의 탈선이다. 가정과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결핍을 다른 이에 대한 폭력으로 표현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뉴스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윤기, 승찬, 재강은 가족의 무의미함과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성공한 부모를 둔 덕으로 잔혹한 범죄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음으로써 결국 피해자의 고통만 키우는 우리 사회의 모순된 사법 제도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누가 봐도 좋은 아빠였지만 딸이 죽은 후에야 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음을 깨닫는 우진의 모습도 좋은 부모자식 관계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당신의 별』은 딸을 죽인 진범을 찾아내는 추리극이기도 하고, 불시에 가족을 잃은 이들에 대한 위로의 기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소설을 쓰던 도중 가족을 잃은 작가의 절절한 슬픔이 행간에 배어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단원고 학생의 빈방을 찍은 사진에서 시작된 작품이라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아직 채 밝혀지지 않은 2014년 4월 16일의 진실이 모두 드러나기를 다시 한번 빌어본다.

하지만 '만약'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되돌리지도 못할 시간을 붙잡고 후회와 자책을 해봐야 남는 것은 더 깊은 우울뿐이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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