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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 마음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824/pimg_7730511441724524.jpg)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이보다 더 공감가는 제목이 있을까.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은 마음을 한껏 자극했던 책이다. 마침 후속편이 나왔다길래 겸사겸사 두 권을 모두 구매해서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후속편의 제목은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정확하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제일 어렵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시리즈는 독일 심리학자 우르술라 누버가 여성을 위해서 쓴 심리학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에 잘 빠지는 이유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보듬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 전작이라면,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로서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첫번째로 하는 일은 '비밀'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다. 비밀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 구린 데가 있고, 비밀을 털어놓지 않으면 진실한 관계를 만들 수 없다는 편견은 잘못된 것이다. 비밀이란 우리가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비밀을 간직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거짓말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여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 우리는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기를 바랐다. 비밀을 가졌다는 이유로 죄책감이나 불안감에 떨지 않아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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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비밀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착한 비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필요는 없다. 내 비밀이 다른 사람을 상처주지 않는 한 우리는 자유롭게 비밀을 가져도 된다. 그 비밀은 분명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일 테니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그 밖의 어떤 관계에서든 비밀이 있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고, 상대의 비밀을 밝히라고 강요할 권리도 없다.
목표, 고민, 계획, 희망사항을 시험해볼 공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비밀로서 숨겨놓아야 한다. 이 공간에는 조언이나 충고, 경고라는 명목 아래 영향을 끼치려는 청중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는 이런 비밀이라는 보호공간 안에서 스스로 세운 계획을 시도했다가 집어던지고, 새로 시작하고, 끝내는 포기해버릴 수 있다.
비밀은 위에 인용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비밀을 통해 '환상의 보호막'을 만들면 '삶의 힘든 과정을 훨씬 잘 견디고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도 있다.
비밀은 꼭 숨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밝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도 내 비밀을 알 권리는 없으며, 누구에게나 비밀을 털어놓아도 괜찮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은 비밀을 지키거나 혹은 털어놓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 비밀을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의무도 함께.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유용성은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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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무기가 없는 이들에게 거짓말과 비밀은
무기가 되어 삶을 지켜주고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게끔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비밀'을 가지는 것을 막연히 두려워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비밀을 가짐으로써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약간이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비밀이 진심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당신의 비밀을 소중히 하기를. 비밀은 당신에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