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시키 1
오쿠 히로야 글.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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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스스로가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돈도 권력도 없고 마음껏 기대거나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주머니를 털어 산 맥주 한 모금과 갈 곳을 잃은 무의미한 한탄 말고는 내일을 또 버틸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초능력이 생겨 나를 괴롭히는 이들에게 복수하거나, 약자를 구원하는 멋진 히어로가 되는 꿈을 꾼다. 망상이면 어떤가. 그렇게라도 속에 쌓인 울분과 땅끝까지 떨어져버린 자존감을 추스를 수 있다면 나쁠 것도 없다.



이누야시키 이치로는 평범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한 가장이다. 죽도록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지만 가족들은 누구 하나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외모로 소심하고 자신감 없이 한평생을 산 이누야시키는 어느날 시한부 판정까지 받고 만다. 가족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던 이누야시키는 결국 공터에서 반려견 하나코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때 갑자기 허공에서 빛이 번쩍 하더니 원인모를 폭발이 일어난다. 그 이후 이누야시키는 상상도 못했던 '힘'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간을 넘어선 힘을 가지게 된 존재는 과연 인간인가 아닌가, 다른 하나는 초인적인 힘을 얻었을 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두 가지 모두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뤄졌던 해묵은 주제이지만, 여전히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이다. 작가인 오쿠 히로야는 인간을 인간이 아닌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설정을 통해 진부하지만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독자에게 던진다. 


불의를 보면 바로잡고 싶어하지만 힘이 없어 늘 손해만 보던 이누야시키는 자신에게 생긴 '힘'을 사람을 살리는 일에 쓰기 시작한다.  이누야시키는 힘을 얻음으로써 가족과 직장이라는 굴레를 벗고 비로소 스스로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공터에 우연히 함께 있다가 이누야시키와 같은 힘을 얻게 된 소년 시시가미 히로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한 사람이 선(善)을 택하고 다른 약속 악(惡)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누야시키도 시시가미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마지막까지 본다고 해도 앞에서 말한 두 질문에 쉽게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도,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도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고 답을 구하려고 하기보다는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해 사유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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