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우스 1
나카타 하루히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레비우스』를 주목하게 된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강렬한 표지 이미지, 둘째는 '레비우스'라는 주인공의 이름, 가장 중요한 셋째는 「IKKI」 연재작이라는 것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만화잡지 「IKKI」가 어느새 발행작 띠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오노 나츠메나 이가라시 다이스케 등 「IKKI」를 통해 좋아하게 된 작가들이 유독 많다 보니 이 작품에 끌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스타일리시'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레비우스』는 거침과 정교함을 동시에 지닌 작화가 매력적이다. 배경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대신 인물은 더욱 세밀하게 표현하여 집중도를 높이고, 격투 장면의 생동감을 극대화한다. 담긴 메시지 또한 무겁다. 인간의 싸움과 죽음을 오락거리로 삼던 로마 시대 잔혹성의 상징인 콜로세움을 미래로 끌어와 변하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곧 디스토피아의 다른 이름임을 보여준다. 배경은 미래지만 인간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거나 평화로워지지 않은 모습이다. 


어두운 미래를 비추는 희망은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람들 앞에서 싸우는 투사들의 삶이다.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내지르는 그들의 주먹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첨단화된 몸으로 가장 원초적인 싸움을 하는, 미래와 과거가 기묘하게 결합된 기관권투에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인간의 탐욕과 너무 많이 변해버린 바깥세상의 부조화가 담겨 있다. 


전쟁의 상처로 마음이 얼어버린 레비우스는 그 부조화의 가장 큰 희생양일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비정상적인 강함,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야수의 본능을 가진 레비우스는 오로지 자신의 목표 하나만을 위해 전진하는 외로운 전사다. 기관권투의 세계에서 위를 향해 돌진하면서 그가 찾는 것은 무엇일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갈지 무척 궁금해진다.


매력적인 주인공과 묵직한 스토리, 안정된 연출이 돋보이는 『레비우스』는 독자에게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보다 돈과 권력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문명의 발전과 대의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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