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한끼
오카야 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대세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는 끼니를 챙겨먹는 행위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재료를 구해서 요리를 하고, 먹고 뒷정리하는 과정을 세 번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한끼를 먹기 위해 하루의 1/3을 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끼니를 챙긴다는 행위는 이토록 어렵다. 일분일초를 아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슬로우라이프는 어쩌면 불필요한 환상에 불과하다. 돈만 있다면 끼니를 때우는 것은 간단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과연 먹는다는 것은 그저 배만 채울 수 있으면 족한지 말이다.


『후다닥 한끼』는 제목 그대로 혼자 후다닥 먹기 좋은 레시피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읽다 보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도,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즐겁게 먹을 수 있다면 충분히 '풍성한' 한끼라는 생각이 든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요즘 사회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생존의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 취미이자 즐거움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는 무엇을 먹든 즐겁지만 혼자 하는 식사가 즐거움이 되려면 만들기는 간단하지만 맛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로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핫케이크나 양 많은 반찬을 활용할 수 있는 장아찌 볶음밥 등이 작품에 등장하는 좋은 예다. 


심플하면서도 몽실몽실한 그림체는 『후다닥 한끼』를 좀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디테일이 과감하게 생략된 간단요리의 비주얼은 '후다닥 한끼'라는 제목과 무척 잘 어울린다. 게다가 맛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먹는 것'이 이 만화의 전부는 아니다. 원초적인 '먹는' 행위를 통해 '혼자 사는 싱글녀'의 일상을 보여준다. 혼자 사는 여자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먹고 싶지만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음식 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 기억이라든가 이유없는 산책이 좀 켕긴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취향에 따라 첨가하는 향신료처럼 작품을 향기롭게 만들어 준다.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잘 먹는 것은 생존을 넘어 삶의 질의 끌어올리는 중요한 조건이다. 혼자여도 바빠도 '잘' 먹자. 슬로우 푸드가 아니어도, 웰빙이 아니어도, 후다닥 만들어 후다닥 먹어도 즐거운 나만의 한끼를 즐겨보자.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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