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라 1
히우라 사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섬,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육지. 나는 섬이 가진 탁 트인 분위기와 어딘지 원시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좋아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섬에서 살고 싶기도 하다. 몇 번을 가도 아름다운 영원한 파라다이스 제주도, 마음속 깊이 흠모하는 분의 고향이라 더 특별한 거문도, 친구와의 첫 해외여행에서 진짜 휴식을 경험하게 해 준 태국의 꼬창까지, 섬은 마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처럼 경이로운 새로움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현실의 찌질함은 바다에 모두 던져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장소이기도 했다.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친구가 살고 있는 우란시라스 섬(이하 '우라라')으로 무작정 떠난 미네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인생의 리셋 버튼을 꾹 누르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그렇게 하면 더 나은 삶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 말이다.

나한텐 이제 소중한 게 아무것도 없어.


도망치듯 온 우라라에서 미네는 조금씩 상처를 딛고 새로운 기운을 얻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정만화에서 빠질 수 없는 꽃미남들과의 인연도 시작된다. 친구 나츠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우라라 키친'의 까칠한 셰프 하마자키,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외모를 가진 뛰어난 수완가 쿠보가 바로 그들이다. 배신당한 상처로 다시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 미네에게 이들과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활력과 동시에 새로운 고민을 심어준다.


근데 여기 있으면 '뭔가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그런 느낌은 없거든.(중략) 여기로 돌아왔을 때 '아아, 살아갈 수는 있겠다' 싶더라. 왠지 안심이 된달까....
쿠보의 이 말은 '우라라'의 의미, 나아가서 '섬'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허락되는 곳, 그것이 곧 이상적인 장소이다. 생존이 보장될 때 새롭게 시작할 여유와 용기도 샘솟는 것이니까 말이다.


변화의 가장 좋은 방법은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늘 떠나기만 할 수는 없다. 떠나고 정착하고 다시 떠나고 정착하며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떠날 때마다 많은 것을 버리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채우면서 말이다. 많은 것을 가질 수 없기에 욕심을 버리게 되는 곳, 우라라로 떠나자. 그곳에서 삶은 더 충만해질 것이다.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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