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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메가 벤다 1
타카 히로 원작, 타시로 테츠야 작화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7월
평점 :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안 들 때, 부조리한 일상 때문에 삶이 버거워질 때, 영웅이 나타나 나쁜 녀석들을 모두 처단하고 세상을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가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 히어로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픽션 속 영웅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제목부터 강렬한 『아카메가 벤다』도 그런 히어로 판타지이다.
칼 쓰는 데는 자신있는 소년 타츠미는 제도(帝都)에서 출세하여 고향을 구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제도의 실제 모습은 그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추악하다. 심지어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친구들을 다시 만난 타츠미는 깊은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마침 그곳에 있던 살인청부업자 집단 '나이트 레이드'에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1권만 봐서는 다소 엉성한 짜임새 때문에 확 끌리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을 이용해 더러운 짓을 서슴없이 해대는 상류층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요즘, 권력자만을 타깃으로 하는 살인청부업 집단의 활약상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망설이지 마. 마지막 일격은 신속히 찔러야 한다.
이 작품에 기대를 품게 되는 지점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개성 있는 '나이트 레이드' 멤버들과 타츠미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예쁘지만 뼛속까지 킬러인 무표정 소녀 아카메, 활달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레오네, 까칠하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한 마인, 힘 좋은 게이 브라트, 바보 변태 라바크, 카리스마 넘치는 나이트 레이드의 보스까지 나이트 레이드의 멤버들은 특별하고 특이하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하며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는 무게를 알아가게 될 타츠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아직은 그저 그런 흔한(아직은 모자란 주인공이 미소녀들 속에서 부대끼며 성장하고 복잡한 연애구도에 얽히는) 전개로 빠질 것 같다는 예감도 들지만 역시 검이 등장하는 액션물은 매력적이다. 게다가 언제나 권력에 당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답답한 속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도 끌린다. 아카메도 베고 타츠미도 베고, 그렇게 마지막에는 나이트 레이드가 제국을 뒤집어엎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