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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구울 1 - 개정판
이시다 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도쿄 구울』은 제목부터 강하게 나를 유혹하는 작품이었다. '구울(Ghoul)'은 위키백과의 설명을 빌리면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로, 묘지 주변을 배회하며 인간의 육체를 섭취하는 존재이다. 여러 신화와 기록에 조금씩 다르게 묘사되어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을 먹는다는 것이다. 평소 신화나 판타지를 좋아하다 보니 구울이라는 단어에 바로 반응하고 말았다.
『도쿄 구울』은 말 그대로 현대 도쿄에 구울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신화 속의 구울이 현세에 나타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을 사냥하여 먹는 괴물에게 사람들이 구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가깝다. 주인공이자 도쿄에 사는 대학생 카네키 켄은 카페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리제와의 첫 데이트에서 그녀가 구울임을 알게 된다. 리제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켄은 공교롭게도 리제의 장기를 이식받게 되고, 자신에게 이상한 변화가 찾아옴을 느낀다.
몸 안에 구미호가 봉인된 나루토처럼, 켄은 스스로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도쿄 구울』에서 주목해야 할 메시지이다. 어느날 갑자기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켄은 인간이라기엔 구울의 본능이 강하고, 구울이라기엔 인간으로서의 자각이 강하다, 그래서 인간도 구울도 아닌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며 고민한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든가, 손가락을 잃는다거나 하는 상황에 처하면 인간은 누구나 당황한다. 익숙하던 세계가 깨지고 상상도 한 적 없었던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들이 갑자기 불가능한 일이 되고, 주변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진다. 스스로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외로움을 느끼고 절망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용기와 주변의 도움이다.
너는 '구울'이면서, 동시에 '인간'이기도 한 거야.
이 말은 절망에 빠진 켄의 삶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구울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존재와 '구울이면서 인간인' 존재는 같아 보이지만 분명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길은 완전히 막혀버렸지만 켄는 인간과 구울 사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쿄 구울』은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영웅 탄생의 공식을 차용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비록 타의에 의해 운명이 변해버렸지만, 켄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