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1
초평화 버스터즈 지음, 이즈미 미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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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이하 『그날 본 꽃』)는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2011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큰 인기를 끌어 2013년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제작되었다. 극장판의 경우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는데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일본에서는 만화책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각본가가 직접 쓴 소설도 출간되었다고 한다(소설의 한국어판은 출간되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인기를 끈 작품이라고 하니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일단 만화책의 그림체는 애니의 그림체를 꽤 잘 살린 것 같다.  

 

어느 여름의 끝자락, 진탄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멘마. 하지만 그녀는 진탄에게밖에 보이지 않는다. 멘마는 자신이 '소원'을 이뤄주길 바라는 것 같다며 진탄의 곁을 맴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변해버린 친구들 중 유일하게 진탄이 멘마를 본다는 것을 믿는 건 포포뿐이다. 포포를 시작으로 어릴 적 늘 함께였던 여섯 친구들이 차츰차츰 다시 모이기 시작한다.  

변하지 않았어. 다들 그 시절 그대로야--.

 

이 작품을 보자마자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이 떠올랐다. 악의 조직에 대항해 세상을 지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녔던 켄지와 친구들처럼 『그날 본 꽃​』에서도 진탄을 비롯한 여섯 아이들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장대한 목표 아래 '초 평화 버스터즈'를 결성한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한 동네에 살고, 한 학교에 다니고, 그래서 이유 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함께였던 친구들이 내게도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 앞 골목에 모여 뛰고 구르고 소리지르며 놀던 친구들. 평생 함께 하자며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손가락 도장 찍고 얼굴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터지던 친구들이 말이다.  

 

지금은 그 시절 친구들을 볼 수 없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만난다면 나조차 기억 못하던 그때의 추억들이 서로의 눈과 입을 통해 새록새록 되살아날 것이다. 그것이 꼭 좋은 추억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초 평화 버스터즈'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과거로부터, 혼마 메이코로부터 도망 다니는 것도... 끝일지도 모르지.

과연 멘마의 소원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섯 친구들이 도망쳐야만 했던 과거는 무엇일까. 밝은 그림체와 명랑한 여주인공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날 본 꽃』은​ 미스터리의 기운이 짙게 느껴지는 독특한 작품이다. 나처럼 만화책으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당할 것이다. 미스터리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스스로의 옛 추억을 살짝 들춰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잊고 싶은 기억도 있겠지만 없던 일로 하기엔 분명 아까운 시간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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