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시기 바이오 묵시록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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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튜링 테스트(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는가를 통해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인공지능의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이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분명 중요한 사건이다. 인간을 대신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등장을 더이상 '상상일 뿐'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에 의해 자신의 지위를 위협받는 아이러니야말로 최악의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기괴한 상상력의 대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미래세시기 바이오 묵시록』(이하 『바이오 묵시록』)은 바이오 전쟁 수십년 후를 배경으로 무분별한 유전자 실험으로 인해 생존마저 힘들어진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물처럼 생긴 인간과 인간처럼 생긴 동식물이 뒤섞인 끔찍한 사회, 생존이 모든 가치의 앞에 있는 이 원시적인 미래는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인류에게 보여주는 경고와도 다름없다. 「채소밭」은 그 메시지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은 더 나은 식생활을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이용한 닭양배추, 참치호박 등 어류, 육류와 섞인 기이한 신품종의 채소를 만들어 낸다. 반면 과도한 유전자 조작 때문에 생겨난 인간 형상의 식물은 잡초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인간에 의해 제거되던 이 잡초는 반대로 인간을 곤경에 빠뜨린다. 결국 인간이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기계도 등장한다. 「허수아비」에 등장하는 로봇허수아비 카카레인저는 인간 모습을 한 새에게 마음을 줘버린다. '애정'에 눈먼 그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작품 속의 어떤 인간보다 더 사람답다. 그러나 이 마음은 세상에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이용당하기만 할 뿐이다.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의 마음을 버린 인간과 모습은 인간이지만 인간도 짐승도 기계도 아닌 동식물, 사랑과 교감 등 인간의 특징으로 분류되는 감정을 가진 기계가 만들어내는 묵시록은 그 어떤 전쟁이나 재해보다도 공포스럽다. 

 

 

과연 이것은 인류의 멸망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류의 탄생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이른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발전의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명'이어야 한다. 더 나은 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생명을 함부로 대할 때, 인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종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바이오 묵시록』의 결말은 생각하기에 따라 희망일 수도, 절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14년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것은 그다지 즐거운 상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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