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1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늙어가는 것,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진로이다. 하지만 세상에 60억의 사람이 산다고 가정할 때 남자와 여자가 딱 30억 명씩 되는 것도 아니고, 운명의 붉은 실로 하나하나 연결된 것도 아닌데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살 리는 없다. 60억의 사람이 살면 60억 가지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이하 『두 사람』)의 주인공 슈이치와 리츠코처럼 연인 이상 부부 미만으로 살아가는 커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슈이치와 리츠코는 10년째 연애 중, 8년째 동거 중인 커플이다. 나이는 똑같이 스물 여덟이지만 결혼 예정은 아직 없고, 아이도 없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왜 아직 결혼을 안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도 왜 화를 내는지 모를 때가 있다. 아니, 사실 그보다 아직도 이런데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이다.

30년을 살아도, 40년을 함께 살아도 상대의 속마음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눈치를 살피며 배려한다고 하는 행동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로 자존심 좀 세우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때도 있다. 비밀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다. 네 맘이 내 맘 같지 않고, 때로는 내 맘도 내 맘 같지 않다. 함께 사는 것, 참 어렵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두 사람』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해볼까. 사랑하는 사이라서 오히려 말 못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여자의 시점과 남자의 시점에서 동시에 그리고 있는 것이  『두 사람』의 매력이다. 

 

사람은 역시 편한 쪽으로. 편한 쪽으로.... 그게 딱히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화와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는 법은 없지만 읽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한 가지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가 날 때, 상대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섭섭할 때, 상대도 똑같이 섭섭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힘들 때, 상대는 내 걱정으로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내 감정을 터뜨리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볼 여유를 가지는 것 말이다. 슈이치와 리츠코의 평범한 고민과 익숙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소중한 이유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기 때문이 아니라, 모자란 것 많은 내 곁에 있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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