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아인슈타인님 1
쿠사노 사카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편견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과 마주칠 때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의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편견이고, 그 편견으로 생성된 이미지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첫인상과는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냉정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음이 따뜻하다거나, 새침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허술하고 털털하다거나, 거만한 줄 알았는데 순간순간 해맑은 사람들 말이다. 사람을 일정 기간 이상 만나 가까이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친애하는 아인슈타인 님』(이하 『아인슈타인 님』)의 주인공 타마키는 평범한 여학생이지만 과하게 따른 운 때문에 초엘리트 학교인 사립 카이오우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 속에서도 유난히 특이한 하라다 코세이를 만난 타마키는 알려진 것과는 다른 그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그와 친구가 된다. 오만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고착된 코세이는 사실 아인슈타인을 존경하며 타임머신을 만드는 꿈을 가진 소년이다. 남이 몸을 만지는 것에 과민반응하는 체질 때문에 오해를 사기 쉬울 뿐이다. 코세이는 모두가 멀리하는 자신에게 다가온 타마키에게 관심이 생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 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땐 반드시 이유가 있고 생길 만하니까 생긴 거야. 합격한 게 기적이라고 한다면 네가 그 기적을 일으킨 거야.


화려하거나 귀엽거나 섬세한 그림체를 자랑하는 만화들과 비교하면 『아인슈타인 님』의 그림체는 어설프기 그지없다. 하지만 작가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은 신인임을 생각하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작가, 의외로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세이처럼 특이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평범해서 더 잔혹한 10대들의 현실을 짚어내고 있다. 성적에 목숨까지 거는 아이, 남자 잘 잡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는 아이, 성적이 나쁜 아이에게는 자퇴까지 권유하는 냉정한 교사 등 어두운 교육현실을 만화의 밝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배치한 센스가 돋보인다.  

 

 

또한 세상의 냉담함과 편견 속에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뭐든지 쉽게 포기하던 타마키는 코세이를 만난 후 '절실함'을 배웠고, 늘 혼자이기를 고수하던 코세이도 타마키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서서히 연결고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밖에도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라다의 진짜 모습을. 그걸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마음을 열고 대해야만 우리는 상대방의 진심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누군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우리의 삶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 님』의 표지를 처음 보는 순간 상상한 천재 과학자의 좌충우돌 발명일기 같은 이야기도 결국 편견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편견이 스스로에게 '진실'로 굳어지기 전에 마음의 문을 조금만 더 넓게 열어보자. 그 문 밖에는 분명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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