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
까날 지음 / 니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도 있다지만 떠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내게 여행은 '현실도피' 혹은 '전환의 계기'라는 목적이 강했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좀 추상적인 목적이 있어야 여행의 명분이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바꿔놓은 것은 2년 전 친구와 함께 다녀온 태국 여행이었다. 열흘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오니 태국을 그립게 하는 것은 온통 그곳에서 먹고 온 것과 미처 먹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태국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오히려 한 끼라도 더 외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노력하면 했지)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나라는 유난히 더 끌린다.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온갖 먹을거리 때문에 끌리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비록 지금은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여행 기피 지역처럼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의 매력은 뿌리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나다니. '본격 먹방 여행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은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는 오사카, 교토, 고베로 대표되는 일본 간사이 지방의 맛집을 소개해 놓은 여행서적이다. 일본에 간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지방이 바로 오사카와 교토라서 이 책이 더욱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는 단순히 맛집만 소개한 책은 아니다. 일본 여행 준비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 맛집을 중심으로 한 추천 여행 코스, 각 지방의 유명 관광지, 지하철 노선도까지 실려 있어서 여행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 책의 주제인 '맛집 소개'도 매우 충실하다. 음식의 유래와 맛집의 역사는 물론 교통편과 대표 메뉴의 가격까지 나와 있어서 예산과 동선에 맞춰 맛집 투어를 계획하기에도 좋다. 여행지의 맛집만을 소개한 책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당장 혼자 일본에 간다 해도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주는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일본 고유의 음식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드는 식당, 술집과 디저트 가게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책은 오사카, 교토, 고베, 세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오사카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의 음식을 퓨전한 메뉴가 있다는 '스시긴'과 초콜릿으로 유명한 '코코아샵 아카이토리'가 눈에 띄었다. 일본 대표 요리인 오코노미야키가 한국 부침개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텐노지의 유명한 가게들이 간판까지 그대로 가져온 모습을 보고, 재개발로 가게의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운 한국과 비교하면 살짝 부럽기도 하다.(42쪽)"는 구절에서는 정말 깊이 공감했다. 


교토에서는 일본에 흔치 않은 '걸어다니며 군것질하기'가 가능한 '후미야 교토 니시키혼텐'과 심플해서 더 매력적인 아이스크림 가게 '교 키나나', 커피점 '자가배전커피 가로'가 특히 눈에 띄었다.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온통 디저트 가게들만 눈에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대지진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는 지역이었던 고베가 세계 각국의 문화가 혼합된 곳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프랑스 요리점인 '루셋토'부터 베트남 요리를 하는 '꼼 베트남', 퓨전 중국 요리로 유명한 '효탄 모토마치혼텐'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들이 소개된 점이 눈에 띄었다. 저렴한 가격과 색다른 메뉴가 강점인 '모토마치 케이크 모토마치혼텐'은 가장 가보고 싶은 케이크 가게였다. 교토의 교야사이와 고베의 고베 비프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당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녀오든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다. 내게만 해당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평소보다 위장과 지갑을 조금 헐렁하게 해도 좋은 것이 여행이니까 맛집 순례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상당히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오사카에 먹으러 가자』처럼 딱 좋은 맛집 가이드북이 나오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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