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회고도시 1
이시즈에 카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 『공정회고도시』는 스타일리시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이시즈에 카치루의 작품이다.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짜인 스토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예쁜 것에 약해서 그림이 예쁜 작품에 곧잘 끌리는 편이다. 다행히도 그림만 보고 선택한 작품의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공정회고도시』도 일단은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표지를 넘기면 일러스트집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컬러일러스트가 마중을 나온다. 내지 그림 역시 대단히 수려하다. 아, 그림에 넋을 잃는 바람에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공정회고도시'가 대체 무슨 뜻일까.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회고'는 돌이켜 생각한다는 의미일 텐데 '공정(空挺)'은 생뚱맞게도 군사용어란다. '지상부대가 항공기를 이용하여 전투지역 또는 적 후방에 투입되어 적을 공격하는 일'이 사전에 나온 뜻풀이다. 지상에 살던 사람들이 공중을 떠다니는 도시로 옮겨간다는 의미하는 것일까, 추측해 본다. 



『공정회고도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지상이 점점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 가상의 미래가 배경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사람들은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공정도시'를 건설한다. 주인공 도키는 공정도시의 부력을 지탱하는 연료가(街)에서 일하고 있다. 연료가 사람들 사이에는 '멜랑콜리아'라는 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심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사람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예 없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화석연료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는 공정도시의 유지기반이기 때문에 상부에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사라지는 세계를 낳는 발전이라면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도키는 어느 날 우연히 유나라는 소녀를 만나고, 묘한 끌림을 느낀다. 유나는 사실 멜랑콜리아가 앗아가 버린 도키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도키는 유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유나는 그런 도키의 곁을 계속 맴돈다. 



과거와 현재를 쉼없이 오가는 이 작품의 페이스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도시와 지상을 헤매며 오던 길을 몇 번이고 되짚어 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키와 유나 외에도 중요한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1권만 해도 도키와 함께 공정도시에 가기를 꿈꾸었지만 갑자기 사라진 야에, 도키의 직장동료이자 삼총사처럼 붙어다니는 나나오, 나츠키, 보탄, 공정도시와 유나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듯한 등롱 장수, 유나를 찾아다니는 연구소 사람들까지 엄청난 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것만 봐도 작품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성이 복잡한 데 반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척 명료하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발전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것과 '있는 자들을 위한 없는 자들의 희생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소 낭만적인 작품의 분위기에 비해 던지는 메시지는 마음에 묵직하게 얹힌다. 



시작은 거창하지만 마무리를 못해서 초라한 작품으로 전락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몽환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공정회고도시』. 참신한 설정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복선을 잘 살려서 이야기의 전체 틀을 해치지 않고 탄탄하게 살을 붙여나가야만 이 작품이 용두사미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공정회고도시』의 앞으로의 전개를 기다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