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미궁 - 상 - 한국어판
오가와 히데하루 지음, 츠리마키 노도카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동화(童話)'는 말 그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표지가 너덜너덜해지고 페이지마다 까맣게 때가 탈 만큼 읽고 또 읽던 동화책 한 권을 기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어른이 된 후, 꿈과 희망의 원천이던 책의 원전이 사실은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흥미로워하거나 환상이 깨져 슬퍼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가 시련을 넘고 사랑을 이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지 않는 내용의 동화도 매우 많다는 것을 알면서 우리는 조금씩 나이를 먹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니 밝고 행복한 내용의 동화보다는 신비롭고, 선과 악도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동화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거의 대부분 '그림'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출판사에 따라, 나라에 따라, 버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달라지는 그림들은 동화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래서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클 수밖에 없다. 제목부터 신비로운 『동화미궁』은 판화 같기도 하고, 벽화 같기도 한 표지그림과 더불어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책이었다. 


아직도 일본의 동화는 조금 낯설지만 '미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어둡고 신비로우며 몽환적인 짧은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은 조금 기묘했다. 공주님과 왕자님도 나오지 않고, 해님과 달님도 찾을 수 없다. 대신 지금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있을 뿐이다.  



「영주님의 사발」이나 「달밤과 안경」은 매우 유쾌하다. 둘 다 겉모습으로 쉽게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역시 동화에는 교훈이 빠져선 안된다. 「어느 날 밤 별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찌르르하게 울리는 작품이다. 역시 동화에는 감동도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모밀잣밤나무 열매」는 지극히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림을 너무 좋아하지만 작가로 살 수 없는 학생에 대해 얘기하는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꽃을 피우는 열매는 말이다. 정말 한줌뿐이란다"라는 말은 커다란 말뚝처럼 심장을 쿵 내려찍는다. 

 

알 수 없는 으스스함 속에 웃음과 감동과 따뜻함이 담긴 이야기들로 꽉 찬 작품 『동화미궁』. 한 번 입구로 들어가면 그 아름다운 환상에 빠져 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도 두려워하지 말고 일상이 상상을 짓누르는 순간에 펼쳐보면 어떨까. 어쨌든 책에는 마지막 페이지가 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