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 버니 1
사카키바라 미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체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다시 잘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캐릭터 원안과 히어로 디자인을 한 사람이 『제트맨』의 작가 카츠라 마사카즈이다. 그래서 조금 더 검색을 해봤더니 『TIGER&BUNNY』는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만화화한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체와 히어로물이라는 점은 일단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제목이 타이거 앤드 버니? 호랑이와 토끼? 표지 그림에 비해서 너무 동화적인(?) 제목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제목의 비밀은 책을 읽으면서 이내 알 수 있었다.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두 히어로의 이름(혹은 별명)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넥스트'라고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히어로가 되어 범죄나 재해 현장에서 활약하는 가상의 시대이다. 「히어로 TV 라이브」는 넥스트들이 사건을 해결하거나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고 각 히어로에게 점수를 매겨 '킹 오브 히어로'를 뽑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약하던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히어로들은 점차 연예인화된다. 연예인처럼 자기관리를 하고 대중들에게 지지를 받으려 노력하는 히어로의 모습은 매우 신선했다. 


작품의 중심에 서 있는 두 히어로가 바로 와일드 타이거와 버나비이다. 이 둘은 회사의 방침으로 히어로계 최초의 콤비가 된다. 둘은 콤비지만 성격이나 가치관이 완전히 딴판이다. 타이거는 정체를 밝히지 않고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성격이 막무가내이고 능청스럽다. 반면 버나비는 쇼맨십이 뛰어난 전형적인 스타형 히어로로, 냉철하고 까다롭다. 



왼쪽이 버나비, 오른쪽이 타이거이다.


이 손발 안 맞는 콤비를 보니 콤비 영화의 전설(?) 「투캅스」가 떠올랐다. 적당주의자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선배 형사와 완벽주의자이고 냉정한 성격의 후배 형사가 콤비가 되어 활동하면서 점점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이다. 이 만화도 나중에는 그런 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했으니 결론이 같더라도 조금 더 참신한 전개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이거와 버나비 외에도 많은 히어로가 등장하여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엄청난 힘을 지닌 '록 바이슨', 쿵푸 소녀 '드래곤 키드', 바람술사로 불리는 '스카이하이', 귀여움으로 어필하는 히어로계의 아이돌 '블루 로즈' 등 다양한 히어로들이 나오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응원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설정은 바로 '회사'에 소속된 히어로들의 '국가'의 인정을 받아 범죄와 재해현장에 출동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민영화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에서 주인공들은 눈에 띄지 않게 경찰을 도와 범죄자를 잡거나, 오히려 경찰에 쫓기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런 히어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TIGER&BUNNY』의 히어로들이 참 낯설다.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힘쓰고, 자신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특별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활약하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약하든 특별한 능력을 지닌 히어로에게 중요한 것은 '힘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히어로물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교훈이다. 『TIGER&BUNNY』는 타이거를 통해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친숙하지만, 그래서 진부할 수밖에 없는 주제가 이 만화 속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옷을 입고 새롭게 다시 태어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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