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 K - 2013 제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홍훈 지음 / 연합뉴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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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야구소설'로 보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때 이미 야구를 못하게 된 중년의 아저씨이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근미래의 야구 경기라는 것은 지금의 야구와는 많이 다르다. 룰도 그렇고,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이상한 스포츠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단순히 '야구'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야구팬보다는 야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가 죽었다"라는, 야구팬의 심장에 빈볼을 던지는 듯한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훌리건 K>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고등학교 때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받아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던 한 육손 투수가 당시의 야구 심판이자 현재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판관 포청천에게 항소를 하는 내용이다. 줄거리가 간단한 만큼 소설은 매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소설보다는 웹툰이라는 형식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이 소설은 재미있고,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각화된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바로 90년대 우리에게 '정의가 지켜지는 사회'의 통쾌함을 보여준 드라마 '판관 포청천' 속 인물들이다. 

<훌리건 K> 속에서 절대권력을 쥐고 흔드는 이가 왜 포청천이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드라마 속에서 부마에게조차 공정한 판결을 내리던 꼿꼿한 법 집행자의 상징인 포청천은 이 소설 속에서 부패한 권력의 화신이 되어 있다. 그래서 소설 중반까지 포청천이라는 캐릭터에는 쉽게 몰입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수식이 많은 문장이 종종 눈에 띄고,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긴 주석은 읽다 보면 소설의 흐름을 끊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사소하다. 왜냐하면 작가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돌직구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에 대한 한 소시민의 작지만 거대한 반란. 그 결말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말과 관계없이 그는 이미 영웅이다. 두려워서 외면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정의를 당당히 내세웠기 때문이다. 

나는 심판의 권위에 불복하는 야구선수를 보며 통쾌함을 느꼈던 거야. 오심에 대한 한 선수의 불복종이 야구를 지켜낸 거야.(213쪽)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라 체념하며 현실을 외면하거나 마치 수퍼맨처럼 초인적인 존재가 되어 현실을 뒤엎는 것만이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은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정의를 내보일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절대권력의 무게에 짓밟히지 않고 사는 방법일 것이다. <훌리건 K>는 현실에 무조건 굴복하지 말라고, 현실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9회말 2아웃 동점 상황에서도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면 피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야구고, 그것이 인생이다. 

원문 주소 : http://cafe.naver.com/cine03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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