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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십팔사략 1 (올컬러 완전판) -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 서주(西周)까지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십팔사략> 1권은 '반고'가 세상을 창조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은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천지창조 과정과 비슷한 구석도 있다. 인간의 상상력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반고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세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훨씬 현실적(?)이다. 시간이 흐른 뒤 반고가 만들어낸 세상에 여와라는 신이 내려와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게 진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어냈다. 올컬러판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이 '창조'의 과정이다.
중국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철저히 신화답다. 하지만 고대 중국으로 넘어오면 이는 신화와 사실을 조금씩 섞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발전한다. 삼황(三皇)이라 불리는 고대의 지도자 수인씨와 복희씨, 신농씨는 각각 불을 전파하고, 사냥기술을 고안하였으며, 농경기술을 발전시켰다. 삼황의 시대가 가고 황제 헌원씨가 중국대륙을 통일하면서 문명이 급격히 발전하였다.
시간이 흘러 지혜롭고 검소한 성군 요 임금과 순 임금이 다스리던 요순시대가 지나고 은 왕조에 들어서면 폭군으로 유명한 주왕의 시대가 온다.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키워진 미녀 달기와의 만남 이후 주왕은 더욱 포악해진다. 당시 주의 군주였던 창은 백성들에게 무척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주왕을 몰아낼 궁리를 하고, 창의 아들 무왕이 마침내 주왕을 토벌하고 주나라를 세운다.
은나라가 주왕의 폭정으로 망해가는 과정은 후지사키 류의 만화 <봉신연의>와 함께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만화 속에서는 달기가 요괴로, 그리고 본래 주의 군사 역할을 하던 태공망은 선인으로 등장하여 판타지적 요소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주나라가 들어서면서 봉건제가 시작되었으나 어느 나라나 그렇듯 망조가 들기 시작하면 제도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 웃지 않는 미녀 포사에게 홀려 비참하게 죽은 유왕의 이야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의 장난질 때문에 번번이 오랑캐의 침입을 받게 된 주나라는 결국 낙양으로 천도한다.
<십팔사략> 올컬러 완전판 각권에는 친절한 지도와 주석, 연표가 담겨있다. 이를 참고해 가면서 복잡한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우리가 중국 역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마도 유명한 중국의 고전들 때문일 것이다. 과연 어디쯤에서 내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살피면서 보는 것도 <십팔사략>을 즐겁게 읽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