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 1
쿠라타 미노지 글 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수도 도쿄의 한 모퉁이. 무슨 까닭인지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 저택이 있다.' 
그곳의 이름은 쿠로히게장. 주인공 신지로가 3개월째 묵고 있는 하숙집이다. 무녀였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신지로는 쿠로히게장의 첫 하숙생이자 유일한(!) 인간이다. 

그럼 다른 이들은? 물론 인간이 아니다.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히로도, 언제나 신지로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그를 보호하는 치마도 모두 요괴이다. 그 외에도 이곳에는 꽤 많은 요괴들이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을 보인다. 

신지로는 요괴가 보이는 체질 탓에 본의 아니게 요괴가 얽힌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많다. 덩달아 치마도 바쁘고 히로도 바쁘다. 제목처럼 매일이 수상한(!) 일상이다. 하지만 그런 하루하루가 이들에게는 참 즐겁고 소중하다. 


'요괴나 귀신이라 불리는 것들에게도 마음이 있단다. 못된 짓을 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신지로, 너에겐 그들이 보이지? 믿어주려무나, 그들을...'
할머니의 말씀대로 신지로는 주변에 요괴로 인해서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들의 사연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덕분에 크고 작은 위험을 겪지만 홍염귀인 치마와 변신능력이 있는 히로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강약조절이 탁월해서 너무 가볍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강시가 나오는 에피소드였다. 물론 지금의 30대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친근한 강시와는 매우 많이 다르지만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은 곳 추억의 서랍을 열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일본 만화에서 요괴물은 무척이나 인기 있는 소재이다. 그런 만큼 참신한 요괴물을 찾는 것은 무척 어렵다. <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 역시 그런 수많은 요괴물들과 설정 면에서 크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요괴가 보인다는 것도, 요괴와 사람의 공존이라는 것도, 귀여운 요괴 캐릭터도 이미 어디에선가 봤던 것들이다. 하지만 <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은 다른 요괴물에 비해서 훨씬 '일상'적이다. 다른 요괴물에 비해 스펙터클함은 부족하지만 오히려 그 아기자기한 소소함이 이 작품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이다.
 
무엇보다 키미돌을 닮은 듯한 귀여운 홍염귀 치마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나한테도 저런 요괴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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