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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님이 보고계셔 2 - 억수씨 만화 ㅣ 연옥님이 보고계셔 2
억수씨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정수가 어릴 적, 햇님보다 해맑게 웃던 날이 많았던 시절. 정수네 가족은 가난했지만 단란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서울로 이사 온 후, 정수와 진수가 커갈수록 부모님의 다툼은 늘어만 갔고 정수는 외톨이가 되었으며, 진수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
사람 좋고 정직한 정수의 아버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고 결국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다.
정수는 대학생이 되었다. 왠지 멋있어 보이는 아웃사이더 주석이 그의 유일하다시피 한 친구였고, 놀라운 일이지만 예쁘고 밝은 여자친구도 생겼다. 이름은 소동현.
고등학생 진수는 그저 죽어라 공부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꿈. 어쩌면 정수와 진수에게는 사치와도 같은 그 단어. 과연 그들은 무엇을 꿈꿀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 때까지 죽어라 공부만 하다가 대학생이 되자마자 세상에 무방비 상태로 내팽개쳐진 학생들을 향해 정수의 교수님은 이런 말을 한다.
"얼마나 막막하냐. 그 광활한 자유가. (중략) 허나 어쩌면 너희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선택해본 적이 없으니 '나는 성공했쏘오, 부자됐쏘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넙죽넙죽 따르는 게야. (중략) 그럼 불안하지 않아도 되거든. 그 무책임한 자유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 그게 편한 거다. 정해진 길이 있다는 게."
터질 것같이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를 찾기에 우리는 너무나 살기가 힘들고 팍팍하다. 그리고 조급하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후배에게 진수는 이렇게 말한다.
"너 100억을 가져라. 난 100억 있는 남잘 원해."
후배를 떼어내기 위한 방편이었겠지만 어쩌면 이 말에는 진수의 진심이 섞여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랑보다는 돈이 중요하고, 당장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삶 속에서 과연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정수와 진수도, 그 반짝이는 10대와 20대의 짧은 순간을...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허덕이며, 혹은 멍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2012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1999년의 이 아이들을 보면서 도저히 웃을 수 없는 것은 만화에 개그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때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꿈은 멀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