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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LAST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창작집단A.P 기획 / 애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알게 모르게 1등 만능주의에 뒤덮여 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모임에서도 언제나 1등만이 주목받는다. 직접 뛰는 선수도 아니면서 올림픽 금메달에 일희일비하고, 가수 싸이가 우리나라 최초로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랐는데 3주 동안 2위에 머물자 서슴지 않고 '아쉬운 2등'이라고 표현한다.
온 나라 온 국민이 '1등'에 혈안이 되어 경쟁에 목숨을 거는 사이, 1등이 되지 못하고 밀려난 '낙오자'들의 삶은 외면당하고 짓밟히며 착취당하고 있다. 이것이 2012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며 현실이다.
1등은 언제나 한 명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1등이 되려면 필연적으로 앞서가는 이를 끌어내려야 한다.
<라스트>의 주인공 장태호는 전형적인 '1등 만능주의'의 희생자인 동시에 '낙오자'를 만드는 가해자이다. 어릴 때부터 1등이 아니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랐고, 1등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낙오자'가 되었다. 모든 것을 잃고 '꼴찌'가 된 것이다. '꼴찌'가 되니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보였다. 태호는 자신을 위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 번 1등이 되기로 결심한다.
태호가 어릴 때부터 추구해 오던 1등과, 한 번 낙오한 뒤에 다시 꿈꾸게 된 1등은 같은 1등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는 혼자 모든 것을 독식하는 1등만이 전부가 아님을 배웠다. 다른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1등,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도 이익을 나눠줄 수 있는 1등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라스트>는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조금도 지루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숨막힐 정도의 속도감과 긴박감, 그리고 충분한 오락성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답게 세련된 연출도 돋보인다. 시종일관 어둡고 축축하며 끈적끈적한 이 작품의 분위기가 그리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쁜 1등이든 좋은 1등이든, 어쨌든 1등이 되어야만 살 길이 보인다는 결론은 사실 아쉽다. 하지만 오락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편이 낫다. 진짜 현실은 만화나 영화처럼 단순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3권까지 숨가쁘게 읽고 나서 책을 덮자 롤러코스터를 탄 후의 기분좋은 스릴이 느껴졌다. 이런저런 의미 찾지 않더라도 그저 '재미' 하나로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