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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4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니 한층 더 예쁜 유리카... 나도 저렇게 좀 생겨봤으면...(응?)
짧은 만남이었지만 수년 동안 쌓인 앙금을 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엄마를 만나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나눈 카오루는 전보다 한층 여유롭고 어른스러워졌다.
오해라는 것은 대화를 통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쳐진 마음의 벽은 보기보다 훨씬 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해묵은 오해도 조금만 마음을 열고 말로 진심을 전하면 의외로 쉽게 풀어져 버린다.
10대의 오해는 더욱 그렇다. 쉽게 생기고, 또한 쉽게 풀린다.
엄마와 만난 후 표정에서부터 어른스러운 느긋함이 묻어나는 카오루.
어느덧 2학년이 된 카오루, 센타로, 리츠코. 이번에는 센타로만 다른 반이 되었다. 셋 사이의 묘한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들 그저 태연하려고 애를 쓸 뿐.
"아직은 조금 괴롭지만 그러면서 분명 익숙해지겠지. 아픔도 사라져서 편하게 웃을 날이 올 거야."
하지만 그런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 번 꼬인 관계는 풀릴 줄을 모르고 새로운 관계가 끼어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 센타로가 미술부의 마츠오카와 친해진 것. 카오루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는다.
'바보 같다. 나 멋대로 우쭐해 있었다. 그 녀석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망이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니까. 하지만 그 '특별함'이 나만의 감정임을 깨달았을 때,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거창한 예를 끌어다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한번쯤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와 가까워지는 것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질투 혹은 불안감 말이다. 카오루도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깨끗이 잊고 있었다. 애초에 난 사람들 사이에 잘 섞이는 인간이 아닌데 이곳에 온 뒤부터 그걸 잊고 있었다.
처음으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녀석이었기에 그 녀석이 멀어져 가는 게 어떡하면 좋을지 모를 만큼 두려워져서
나도 모르게 내가 먼저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
난 그저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면 그뿐.
사람은 쉽게 다치고 빨리 아물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상처를 내보이기 싫은 자존심이 소중한 사람의 마음에 또 상처를 낸다.
카오루와 센타로는 오해를 풀고 다시 서로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로의 마음이 더 다치기 전에, 더 닫히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