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서유요원전 대당편 7 만화 서유요원전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모로호시 다이지로'라는 이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작품이 봇물 터지듯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최근이다. 어둠의 포스마저 풍기는 조금은 어색하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체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쏟아지는 찬사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흥미가 작품을 찾아 읽는 것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누군가 모로호시 월드 입문작으로 '제괴지이'를 추천해 줘서 구입하러 서점에 갔다가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수년 전 내가 이토 준지의 만화를 열심히 보던 시절에 언제나 이토 준지 시리즈와 같은 자리에 꽂혀 있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라는 것이 있었다. 표지 분위기도 비슷하고 공포 만화라길래 이토 준지 만화와 비슷할 줄 알고 봤다가 무섭지는 않고 괴이하기만 해서 읽다 만 작품. 그게 바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이었다. 알게 모르게 오래 전에 모로호시 월드에 발을 담갔다 뺐던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에는 정식으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장편을 읽게 되었다. 바로 그의 필생의 대작이라는 <서유요원전>. 제목만 봐도 대충 짐작하겠지만 유명한 고전 '서유기'의 모로호시 버전이다. '서유기'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워낙 많이 각색되어 원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인데 뭐 새롭겠나 싶을 수 있지만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명성은 그냥 쌓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손오공이 원숭이 요괴 제천대성의 선택을 받은 '인간'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굴레처럼 씌워진 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바꾸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점점 자신 안에 숨어있는 힘을 끌어내기 시작한 그는 우연처럼 필연처럼 여러 번 마주쳤던 승려 현장이 천축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따라 천축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서유요원전>의 세계관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하다. 서유기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그런 것은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엄청난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빠르고 흥미롭다. 어쩌면 너무나 단순한 소년만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에게 어떤 운명이 찾아오고, 싸우고, 성장하고, 다시 싸우고, 성장하고. 손오공은 여타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끊임없이 싸우며 성장한다. 하지만 그 반복적인 패턴이 지루하기보다는 이 거창한 이야기를 쉽게 읽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서유요원전> 7권 마지막에는 <꼭두각시 서커스>의 작가 후지타 카즈히로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대담이 실려 있다. 이 대담이 무척 재미있는 게, 후지타 카즈히로는 시종일관 흥분해서 하고 싶었던 말을 풀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반면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짤막짤막하고 다소 무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답으로 일관한다. 어딘가 도인의 풍미가 느껴질 만큼. 짧은 대담이지만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이런 작가구나... 어렴풋이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아직 이 작품의 명장면이나 명대사 같은 건 꼽지도 못하겠고, POP는 더더욱 못 만들겠다. 대당편이 완결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완독하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근두운을 타고 쏜살같이 날아다니는 듯한 이 만화의 속내를. 


[함께 추천하는 책]

최유기 - 미네쿠라 카즈야
역시나 유~명한 <서유기> 패러디 작품. 삼장부터 오정까지 꽃미남 퍼레이드다.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사실 내용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캐릭터를 비교해 가며 읽으면 꽤 재미있을 듯. 


마녀 - 이가라시 다이스케
세계관 면에서 역시나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 회화를 전공한 작가의 독특하고 탁월한 작풍 덕분에 더 빛나는 작품이다. 



제괴지이 - 모로호시 다이지로
원래 있는 이야기를 자기 식으로 다시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것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전매특허가 아닐까 싶다. 아직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먼저 이 작품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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