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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삐약 1
모리나 리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노란 병아리(로 보이는 새)가 표지 가득한 <삐약삐약>. 표지만 보고 멋대로 깜찍한 애완동물 이야기, 혹은 어린 병아리의 모험 이야기를 상상했던 나를 기다린 것은 '표지의 노란 병아리는 사실 거대 희귀 잉꼬였다'라는 반전. '어디가 잉꼬냐!'라고 따져봐야 소용없음을 알기에 아쉬움을 가슴 한켠에 접어두고 읽기 시작했다.
닭고기 마니아인 카오루코가 우연히 공원에서 발견한 거대한 새 치요. 원래는 닭고기 대신 잡아먹을 생각이었지만 치요의 치밀한(?) 계략에 넘어가 잡아먹기는 커녕 함께 살게 된다. 새 주제에 못 먹는 음식도 없고, 상상초월 아이큐와 근성, 뻔뻔함까지 가지고 있는 치요와 예쁘고 생활력 강하지만 닭고기 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특이한 여인의 운명적 동거가 막무가내로 펼쳐진다.
'삐약', '삐이' 소리로만 의사를 표현하던 치요가 어느 순간부터 말도 하고, 새 주제에 젓가락질까지 하는 등 점점 과도한 진화를 보여주지만 별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내용에 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게 된다. 따져서 무엇하리. 웃자고 그린 것을.
개그 만화에 상식과 개연성은 사족일 뿐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만화 <삐약삐약>. 말도 하고 변장도 하고 운동하면 근육질도 되지만 일단 '새'인 치요와 숨길 수 없는 조식(鳥食)본능을 가진 카오루코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마음껏 즐겨보자. 치요와 카오루코의 끈끈한 미운정에 감동까지 느끼기에는 너무 막나가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