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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호실의 진코씨 1
야마다 나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더운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귀신 나오는 만화가 좋다. 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무서운 것은 정말 싫은 사람이라면 이런 작품은 어떨까? 귀신이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무섭기보다는 훈훈한 만화 <203호실의 진코씨>.
예쁜 얼굴과 과도한 식탐을 가진 여고생 진코는 혼령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혼령을 쫓아내고 싸우기보다는, 귀찮아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성불시키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큰 도움은 안 되지만 늘 옆에 붙어다니는 요스케, 그리고 종종 찾아오는 큰 귀를 가진 정체불명의 남자 혼령과 함께 자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혼령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을 도와주는 진코. 그때문에 위험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악한 일을 하는 혼령이라고 해도 먼저 그들이 그리 된 이유부터 알아보려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용감하고 순수한 그녀의 배려심과 당당함은 만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예쁜 그림체와 아기자기한 내용 덕분에 순정물로서의 강점도 놓치지 않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혼령이 실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을 내지 못한다. 봤다는 사람도 있고 절대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믿거나 말거나. 어쩌면 혼령의 존재는 사후에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미련한 바람이 낳은 환상일 수도 있고, 권선징악을 완성하기 위한 도덕심의 산물일 수도 있고, 혹은 진실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이든 살아 있을 때 충실한 인생을 살아 이승에 미련 두지 않고 떠나는 것이 산 사람에게나 죽은 사람에게나 좋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