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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3
윤지운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작가들의 단편을 엮어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월간 순정지 <이슈>의 <순애보> 시리즈, 그 세 번째 테마는 고전과 비극이다. 주제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무대에서 펼쳐지는 슬픈 사랑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있다.
<파한집> 완결의 아쉬움을 달래 줄, 중국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인 윤지운의 <월궁>을 시작으로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매력적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신비롭고 잔혹한 운명을 그린 신지상, 지오의 <이호델라루나>, 비밀지킴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비극의 강도를 높인 강혜진의 <비밀>, 엇갈린 사랑이 결국 파국을 부르는 이시영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정지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가 김선희의 강하고 개성적인 그림체와 동양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애(哀)> 등의 작품이 실려있다. 장편을 연재 중인 작가라고 해도 단편에서는 연재작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작가들의 단편은 더욱 가슴을 뛰게 한다. 특히 <순애보>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놓기 때문에 추상적인 키워드를 작가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지 보는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다.
세번째 시리즈까지 오면서 각기 다른 테마를 가져가긴 했지만 '순애보'라는 메인 타이틀의 한계 때문에 작품 간의 차이가 조금씩 사라져간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존 작가들의 수준 높은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순애보' 시리즈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기회가 된다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