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1
타파리 그림, 윤승기 글 / 미우(대원씨아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 <바람의 화원>이 만화책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마와 만화를 비교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신윤복이 여자라는 가설 아래 시작된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도,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미인도>에서도 신윤복은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특유의 섬세하고 화려한 그림체 때문에 신윤복이 남장여자였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신윤복을 여자로 설정함으로써 두 화가의 삶은 훌륭한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만화책 <바람의 화원> 역시 1권부터 스승 김홍도와 제자 신윤복의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암시하고 있다 . 

이미 조선팔도에 이름을 날리고 있던 화가 김홍도. 그러나 그는 도화서를 버리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한량처럼 지낸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 냇가의 바위에 그려진 여인 그림을 보게 되고, 그곳에서 윤복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찾아온 임금의 제안으로 도화서의 어린 학생들을 맡아 가르치게 된 홍도는 그곳에서 윤복과 재회하게 된다. 

궁이라는 곳은 예술가에게는 독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특히 홍도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예술가에게 궁은 숨막히는 감옥이었을 것이다. 꽉 막힌 유교적 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관료들이 득실거리는 궁에서 김홍도가 감내해야 했을 고통은 그의 말 한 마디에 잘 드러나 있다.
'봐선 안 될 그림이 어디 있느냐! 그려선 안 될 것이 어디 있냔 말이다!! 그저 마음껏 그리고 마음껏 보면 되는 것을!'
자유로이 그리고 자유로이 보는 것, 그것이 그림일진대 왜 이것만을 그려야 하고 저것은 그리면 안 되는가. 예술조차 윤리의 틀에 얽매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조금 슬퍼진다. 

그토록 궁을 혐오하는 홍도지만 사랑하는 스승과 친구를 잃고 버렸던 그곳에 그는 스승과 친구의 죽음의 비밀을 풀기 위해 다시 들어가 운명처럼 윤복과 다시 만나게 된다. 궁 안의 세력다툼과 홍도의 스승과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 그림과 사람과 사랑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시작된 <바람의 화원>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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