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1
박은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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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라는 작품으로 심장에 새겨질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 박은아. 그 후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그렸지만 아직도 내게는 『불면증』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그가 『다정다감』에 이은 신작을 들고 찾아왔다. 제목은 녹턴. 야상곡을 의미하는 제목만큼이나 나른하고 느긋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 작품은 한 여자가 자신의 어릴 적 보금자리에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돌아가 그녀의 추억을 더듬는다. 엄마가 죽은 후 도욱에게 맡겨진 아홉살 소녀 유리. 순수하기만 한, 그래서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소녀 유리는 그녀를 지켜주는 도욱의 품에서 순수함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고, 소녀는 너무나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는 존재라서 유리는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죽은 엄마, 무조건적으로 자신에게 헌신하는 후견인 도욱, 엄마의 차와 부딪히는 사고로 죽은 남자의 가족들, 도욱의 애인 지영 등 유리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과연 유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유리가 어떻게 자라날지는 앞으로도 긴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될 것 같지만 당장은 그저 길고 나른한 느낌 자체만을 즐겨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소녀가 요람을 떠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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