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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리스타트 - 직장인 영포자들을 위한
박영규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색다른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출연자들이 도착할 때마다 엑스트라들이 무더기로 나타나 우르르 뛰기 시작한다. 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얼결에 뛰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우리의 교육과 공부가 모두 그렇다. 찍어내듯 한 가지 방법으로, 닥치고 외우고, 시험을 보고 점수에 비례에 인정을 받는다. 그나마 수학 한 과목이라도 내 적성에 맞아 다행이었다고 할까. 다른 과목은 당췌 이해도 못 하겠고,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국어 시간이면 책을 난도질하며 해석해야 하는지, 역사시간에는 다 벌어진 일들을 연도별로 외워야 하는지, 미술시간에는 적성에도 안 맞는 그림을 자꾸 그려야 하는지... 그리고 더 싫었던 건 그 뒤에 일어나는 평가와 성적.
그래서였나보다. 대학을 가고 돌아보지도 않았던 건.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방법이 틀려서 그렇지 그 모든 것에 의미가 있었음을. 영어 역시 마찬가지다. 원어민처럼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는게 안된다고 영어 전체를 버릴 일은 아니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영어성적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영어경시대회에서 상을 받고 토익 같은 성인 영어시험에서도 꽤 괜찮은 성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우연한 기회에 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됐다. 친구는 학창 시절처럼 높은 공인영어시험성적을 갖고 있었고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다. 워낙 성적이 좋아서인지 회사에서는 짧게나마 미국에서 근무할 기회도 제공해줬다고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 입에서 나온 말은 놀라웠다. “영어가 너무 어려워”라고 말한 것이다. p.6
먼저 영어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종종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원어민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쉬운 표현이라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다. p.7
영어를 잘한다는 말은 간단하다. 바로 영어로 말을 잘한다는 의미다. 막상 회국에 나가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토익 성적이 아니라 유창한 ‘중학교 수준’의 영어 말하기실력이다. 아무리 독해와 듣기를 잘해도 말을 못하는 사람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 p.20
먼 길을 돌아 나는 다시 원위치에 섰다. 유딩수준의 영어실력에도 못 미치지만 이제는 영어공부가 왜 필요한지 안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도 안다. 그리고 포기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유창한 발음이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기본적인 영어회화
그리고 영어로 된 책을 번역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읽고 싶은 거였다.
영미권 출신 원어민이 아니라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은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쉬처럼 쟈글리쉬(일본식 영어), 칭글리쉬(중국식 영어), 싱글리쉬(싱가포르식 영어), 덩글리쉬(네덜란드식 영어) 등 모국어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영어를 구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의사소통이라는 전통적인 목적을 위해 효율적으로 영어를 사용한다. p.22
▶ CEFR(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
1. 입문 A1 (Introductory) : 자기 소개 및 상대방의 신상 정보 파악을 위한 간단한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다.
2. 초급 A2 (Beginner) : 일상생활에서 자주 반복되는 간단한 표현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다.
3. 중급 B1 (Intermediate) : 은행계좌를 여는 등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희망, 목적, 의도 등을 표현할 수 있다.
4. 중상급 B2 (Upper Intermediate) : 일상생활과 연관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일부 주제는 장단점을 논하고 토론을 할 수 있다.
5. 고급 C1 (Advanced) : 광범위한 주제에 관한 토론이 가능하고 부하직원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타인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다.
6. 원어민 수준 C2 (Native Level) : 영어의 전 영역에 걸쳐 원어민과 같이 자유롭게 의사소통 및 토론이 가능하다. p.25
새해에는 갑자기 C2 등급 될 생각하지 말고(그건 안하겠다는 얘기), 아님 말고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입문부터 슬슬 시간을 쌓아가야 겠다. 아이들이 말을 배워가는 것을 벤치마킹하며 나도 배워가자.
나는 군대에 복무하고 있을 당시 짧은 기간에 영어를 정리했던 적이 있다. 우리 소대에서 고참이 되자 영어를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있었으니 제대 후 빠른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내린 결심이었다. 그러나 ‘군대 가면 머리 굳어버린다’는 말이 있듯이 내 영어실력은 이미 처참히 망가져 있었다. 대학교 전공 교재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헌병이었기 때문에 일과 시간이 고정돼있지 않았고 고참이 돼서도 교대근무를 해야 했다. p.59
닭은 왜 날지 못할까? 닭은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날개도 있고, 폐주위에는 공기주머니도 있으며, 뼈에는 공기구멍도 나 있다. 게다가 몸도 가볍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반 새들과 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닭은 인간이 주는 먹이만 받아먹고 수천 년 동안 가축화 과정을 거치면서 하늘을 나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갔다. 많은 먹이를 먹고 살을 불리기 위해 진화한 모래주머니는 다른 새에 비해 무거워졌고 사용할 필요가 없던 날개는 짧아졌다. 결국 닭은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행에 필요한 신체 기관이 퇴화한 것이다. p.39
직장을 위한 영어 리스타트라고 해서, 저자 역시 직장인이라고 해서 어떻게 책을 낼 정도로 공부를 잘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영어교육 전공자. 그래서인지 이 책은 섣불리 많은 영어 지식을 제공하기 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눈높이를 맞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책에서 들어주는 예도 참 참신하고, 웃음이 나온다. 영어 선생님이 되도 참 잘 하셨을 듯.
우리나라 직장인은 그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근로시간 운용 실태조사’에 다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는 2016년에 연간 평균 2,300시간을 넘게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이 1,371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들은 흔히 “영어공부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공부시간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애당초 공부할 의지가 없거나 습관이 들지 않은 사람들은 여유시간이 많더라도 다른 일에 시간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p.49
우리가 1년 365일 중 300일을 출근한다고 가정하자. 회사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이라고 하면 1년에 300시간, 출퇴근 왕복 600시간이 생긴다.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영어공부하는 데 사용한다면 지루한 출퇴근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p.50
매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꿈꾸는 건 미친 짓이다 - 세계적인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p.57
불필요한 약속을 만들지 말자. 스트레스를 푼다고 친구와 약속을 잡아봤자 남는 것은 카드 값과 피로뿐이다. p.59
우리나라 사람의 근로시간을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지만, 그렇기에 그 시간을 이용하라는. 이 사람 어떤 상황에서든 탈출구를 찾을 사람이다.
▶ 헷갈리는 대표적인 발음
r 발음은 흔히 버터발음이라고 해서 굴리는 소리로 우리나라 〔ㄹ〕과는 많이 다르다. 이 발음에 대해서는‘혀를 천장에 대면 안 된다’, ‘혀를 말아야 한다’ 등 설명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만 ‘우’를 단어 앞에 붙이고 말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right'라는 단어 앞에 ’우‘를 붙여 발음해보자. (우)right. 이럴 경우 혀 위치가 천장에 닿지 않고도 어느 정도 뒤쪽으로 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r 발음을 할 수 있다.
l 발음은 혀가 윗니의 잇몸 뒤에 붙었다 떨어지면서 발음된다(참고로 n.d.t 발음의 혀 위치도 l과 같다). 이 발음을 쉽게 하려면 우리말 ‘을’을 붙이고 발음하면 된다. 그 이유는‘을’발음을 할 때 이미 우리 혀가 윗잇몸 뒤로 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 light란 단어에 ‘을’을 붙여 (을)light로 발음해보자. 아마 자연스럽게 l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72
누군가 그랬다. 수학이 싫은 이유는 몇 줄 안 되는 문제를 읽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라고. 나는 그래서 영어가 더 싫었다. L 과 R 두 음절만 가지고도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 큰 힌트를 찾았다. 우~라잇, 을~ 라잇. 조금 느낌 알았다. ㅎㅎㅎ 앞으로는 영어가 조금은 덜 싫어질 듯.
▶ 연음 현상
· want to ⇒ wanna
· going to + v ⇒ gonna + v
· t+you〔your, you're〕 ⇒ ch 발음
· d + you〔your, you're〕⇒ j 발음
· he, his, him, them ⇒ aos 앞의 자음이 묵음되면서 e,is,im,em
· could have been, should have been ⇒ coulavin, shoulavin
· kind of, sort of ⇒ kinda, sorra (들리기에는 이래도 of의 f 발음 입모양은 잘해야 한다)
· in that, in there ⇒ innat, innere (th 발음이 없어지고 in과 붙어서 발음 된다)
· is that ⇒ izzat
· got to, ought to ⇒ gotta, oughtta (t dp 강세가 없어서 실제로는 t 발음처럼 들린다) p.79
올 한해동안 <스텔라쌤의 오프라 윈프리 원서읽기>와 오프라인 원서모임을 통해 나름 꾸준히 영어를 연습했다. 영어바보기에 스스로 예전보다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바로 온다. 다만 발음에서 연음이 조금 어려웠다. Yes I Can! 앞으로는 요 연음들을 연습해 봐야지.
▶ 문법 공부방법
첫째, 얇고 쉬운 문법책을 하나 사서 독파한다.
둘째, 영어 콘텐츠를 소리내어 읽으면서 문법을 내재화한다.
기초공사가 허술하면 부실공사가 되듯이 영어도 문법이라는 기본 토대로 만들지 않는다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누구도 영어를 문장 몇 개 암기하고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수준으로 배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p.85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학습 후 20분 후면 공부한 내용의 50%, 24시간 후에는 70%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다. p.90
지금 읽고 있는 원서는 <Giver> 다섯 번째 원서읽기 책이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단어만 열심히 찾다가 세 번째 책을 읽을 즈음부터 어휘도 어휘지만 문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어의 뜻을 찾고도 어디서 끊어야 할지를 몰라 더듬대고, 그 경험들이 반복됐다. 원서 스터디에서 영어 능력자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조금씩 영어식 표현을 익혀간다. 결국 모든 것은 숙달이고, 연습이고, 익숙해지는 것이다. 아직도 갈 일은 멀지만, 연습의 힘을 믿는다.
▶ 채팅용어
· u = you / r = are / c = see
· n = and / 4 = for / kinda = kind of
· sorta = sort of / cuz, coz = because/ thx = thanks
· ur = your
· u r = you are
· cu = see you
· lol = laugh out loud 큰소리로 웃음 (우리나라 ‘ㅋㅋ’같은 표현)
· gtg〔g2g〕 = got to go 가야 돼
· oic = oh, I see 오, 알았어
· bf = boyfriend
· gf = girlfriend
· m = male 남성
· f = female 여성
· asl = age /sex /location 나이, 성별, 사는 곳
· ttyl = talk to you later 다음에 이야기하자. 다음에 봐.
· assap = 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빨리
· btw = by the way 그런데
· fyi = for your information 참고로
· omg = oh my god 세상에 p.124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 2015년 11월 1일 인구주택 총조사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주민 수는 171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만큼 외국인 모임 수도 적지 않다. p.134
12년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이 장착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수학 울렁증과 외국인 울렁증이다. 어쩜 같은 장소에 모여 약속한 것도 아닌데 그리들 똑같은지. 수학 울렁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나도 가지고 있다. 영어 울렁증의 경우 외국인이 전방에 나타나면 가던 길을 돌아가거나 나에게 뭔가를 물어볼라 치면 갑자기 전화를 걸며 발동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 외국인을 보는게 흔해지고, 다문화 가정도 주변에 늘어간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병원에서, 어린이집에서, 카페에서 흔히 목격된다. 대단한 건 몰라도 간단한 회화구사, 읽기 능력을 새해에는 잘 키워보자. 이 책은 틈틈이 복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