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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쓰기,책쓰기를 합니다 - 독자에서 저자로 성장해가는 3단계 독서모임 활용법
남낙현 지음 / 더블:엔 / 2018년 2월
평점 :

‘독서모임이 왜 좋은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독서모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p.4
독서모임을 진행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생각의 격차, 모임의 지속성과 깊이를 조절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을 구상하는 사람이나 하고 있는 모임 리더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독서모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각자에게 맞는 맞춤형 독서모임도 필요하고, 독서뿐 아니라 글을 쓰고 책쓰기까지 할 수 있는 확장형 독서모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 책은 삼독모임을 통한 독서모임 활용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p.7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맹자) 진심 편에 나오는 말이다 .읽기 모임을 하다 보니 그것이 넘칠 때 쓰기 모임이 만들어졌고, 쓰기 모임이 무르익을 때 책쓰기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7년간 삼독모임을 진행해오며 독서모임의 힘은 결국 함께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p.9
얼마 전, 읽기 모임 장소인 카페에 일찍 나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카페 주인이 물어온다.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모임을 계속하는 이유가 뭔가요?”
“하다 보니 습관이 돼서요.”
평소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용이라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대답했는데, 그리고 나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답은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였다. 독서모임이란 공간은 현악기의 울림통과 같다. 여러 줄이 음색을 내면 그것이 울림통을 통해 소리가 섞이고 커진다. 내가 독서모임을 계속하는 이유는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울림통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p.8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처음 수학모임을 구상할 때도 주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가 하겠어? 누가 오겠어?’였다. 허나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 그 발검음은 길이 된다. 수학모임 2년째 나는 삶의 풍요로움의 물꼬를 냈다. 나와 맞는 모임이 없다면 내가 원하는 모임을 직접 만들 것을 권한다. 같은 마음으로 모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꼭 있다.
행동하는 데 있어
너무 소심하고 까다롭게 고민하지 말라.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더 많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진다. _ 랄프 왈도 에머슨 p.15
배움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집단적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독서모임에서는 책만 읽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은 한 사람을 읽는 것이다. 책 아닌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p.27
매주 화요일 엄마들과 수학모임을 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할 때 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묻는다. 책을 선정하는 방법과 공부를 하게 된 계기를 듣다보면 청명한 바람이 스미는 것 같다. 누군가 이렇게 수학에 갈증을 느낀다는 것, 시작하려는 초심에 감동한다. 수학모임 역시 수학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나보다.
《이동진 독서법》의 서문을 보면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독서모임은 독서와 다르다. ‘독서모임이 시작되는 순간 사람만 남는다.’ 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화한 책과 사색, 경험을 마주하는 것이다. p.28
귀 공부를 먼저 하는 것이 읽기 모임에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이다. 듣는 것이 우선되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열리고, 자신도 짧은 시간 안에 모임에 적응할 수 있다. 또, 귀를 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책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모임에서 좋은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이 읽기 모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고 강점이다. p.67
‘왜 책을 읽을까?’
모임에서 토론을 해보면 여러 답변이 나오는데 그 중 ‘즐거워서 읽는다’라는 답이 가장 많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은 일단 분량이 많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소설을 읽는 것과 정보를 찾는 실용서를 읽는 게 다르다. 책을 느리게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있고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방법들이 많지만 복잡할 건 없다. 어떻게 읽는가의 방법론보다 중요한 게 있다. p.69
책을 읽는 이유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오래 살며 경험한다 해도 인간의 생명은 정해져 있다 .무한하지 않기에 더욱더 삶은 소중하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낸 인생을 읽어보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된다. 책을 통해 내가 살아보지 못하고 바라보지 못한 시선을 얻게 되는 것이다. p.70
책을 읽는 이유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 나의 삶을 건드리는가?’ ‘책이 나의 일상에 들어오느냐?’의 문제이다. p.71
읽기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자신의 이름보다 엄마로 불리는 시간이 더 많은 직장인들도 제법 있다. 그녀들은 챙길 게 너무 많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아이들 식사, 공부 봐주기, 집안 살림까지 슈퍼우먼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 모든 일들을 해내는 걸 보면 신기에 가깝다. 그러한 여건에서도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게다가 다른 참여자들에 비해 독서량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분량의 책을 읽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독서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틈이 읽는, 일명 ‘짬짬이 독서’가 그들의 몸에 베어 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다 하고 나서 여유로울 때 책을 읽겠다는 건 책을 읽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독서전략 중 최고는 ‘짬짬이 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p.82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슈퍼맨보다 바쁜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방법이다. p.84
이력서에 적는 취미 항상 ‘독서’였다.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독서를 사랑하게 된 것은 요 근래인 듯 싶다. 시간이 주어져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읽는 것이다. 읽으면 정말 오롯이 나만 남는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책도 읽을수록 재미있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온라인 독서모임이나 책읽는 지인들을 통해 꾸준히 책을 소개받다보니 뒷 책이 앞 책을 밀고 있다. 가방 속에는 이제 기본 두 권이상의 책이 자리잡고 있다. 읽던 책을 다 읽으면 뒷책을 연이어 읽고 싶어서 그 공백을 기다리지 못하게 된 것. 책은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다.
▶ 독서노트 작성법 10
1. 쓰면서 생각하라.
2. 독서 노트에 번호를 부여하면 지속성이 증가한다.
3. 틀에 갇힌 형식보다 자유분방하게 쓰면서 만들어가라.
4. 모임에 독서 노트를 가지고 다녀라.
5. 읽기 모임에서 메모 용도로도 사용하라.
6. 시간이 날 때마다 오래된 글부터 다시 읽어보라.
7. 온ㆍ오프라인을 모두 사용하라.
8. 조금 얇은 노트를 사용해 한 권 두 권 모이는 재미를 느껴라.
9. 필사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을 담아라.
10. 작성한 것은 버리지 말고 보관하라. p.93
처음 1년간 나와 맞지 않는 독서모임에 나가느라 무척 힘들었다. 그 이후 내가 직접 독서모임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기획이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모임에 두 가지 원칙만 정했다.
하나, 금전적인 것은 절대 걷지 않는다. 참가비를 포함해 어떤 명목으로도 비용을 걷지 않았다.
둘, 발표할 내용은 A4 한 장에 적어오기를 권장했다. p.95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주기적으로 가는 사람은 대부분 다독가다. 인기 있는 책은 대출 대기순번이 길기 때문에 오히려 도서관에서 그때그때 눈에 띄는 책을 선택한다. 덕분에 광범위한 분야의 독서를 하게 된다. 나도 책에 한창 빠졌을 때에는 거의 매일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르곤 했다. 무조건 한 분야의 책을 여러권 골랐다. 만약 독서에 대한 책을 읽고 싶으면 책 소개 책, 독서법 관련도서를 골랐다. 고르는 시간도 절약되고, 관련 책을 동시에 읽으면 연관성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눈에 익으면 다른 분류의 책장으로 옮긴다. p.108
저자의 독서관, 책쓰기관이 나와 많이 닮았다. 나 역시 자유로운 독서와 글쓰기를 원한다. 독서도 글쓰기도 남에게 보이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얀 바탕에 타이핑하고 있는 이 순간이 즐겁다. 이건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읽는 삶을 하고 싶다면 도서관 앞에 살기를 권한다. 슈퍼가는 길에 반납하고, 아이 데리러 가는 길에 가볍게 들려 반납서가를 돌다보면 어느 샌가 가족들의 대출카드를 줄줄이 꺼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납일에 맞춰 날라오는 안내문자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싫지만은 않을 걸 보니 나도 못 말리는 듯.
‘각오도 피로를 느낀다’라는 말이 있다. 결심을 아무리 해도 금방 사그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무엇이든 흔적을 남겨야 한다. p.115
흔적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기록하는 일은 모임을 통한 배움과 깨우침을 뇌에 저장하는 것과 별도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다. ‘참여와 기록.’ 이 두 가지는 선순환 역할을 하는 읽기 모임의 핵심이다. p.117
‘양질전화(良質轉化)의 법칙’ 이란 게 있다. 양이 증가하면 질의 변화도 가져온다는 말이다. p.119
다독은 아니지만 평소 책을 가까이 했다. 아마 알고 싶은 욕구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삶에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처음엔 읽기만 했다. 쓰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글을 써서 먹고 살 것도 아닌데, 하며 메모의 가치를 소홀히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망각이었다. 읽고 나서 조금만 지나도 읽은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감상문을 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게으른 내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편하게 읽으면서 새롭거나 몰랐던 사실이 있으면 작은 수첩에다 기록을 했다. 읽은 후에 메모한 내용을 보니 책의 전체적인 가닥이 잡혔다. p.124
다산 정약용은 ‘둔필승총(鈍筆勝聰),’ 즉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고 했다. 아무리 총명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메모나 글로 기록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기록이 더디더라도 꾸준히 하면 쌓이고 쌓여 총명함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p.151
블로그가 어느샌가 나만의 백과사전이 되어가고 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다음을 위해 기록할 메모들을 하나하나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가끔은 누군가 나의 블로그를 찬찬히 훑는 것이 나의 뇌까지 들여다 보는 것 아닌가 두려움이 일기도 할 정도. 허나 그럼에도 나는 기록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하물며 언제든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이 매력이 선조들이 골방에서도 열심히 적어내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란 말이 있다. 그 의미를 확장하면, 읽는 책에 대해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사람 또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에만 빠져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게으른 성격상 꾸준함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독서모임을 찾게 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p.125
독서모임을 몇 번 참석하면서
“행복은 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빗속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것.”
쓰기 모임에서 ‘우산’이란 주제로 글을 쓸 때 생각이 나서 인용한 문장이다. p.148
글을 쓰다 보면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고민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희망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쓰면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되고 현재를 더 긍정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쓴다는 건, 말보다 더 느리고 무겁다. 그러나 글에는 힘이 있다. 집단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글이라면 그 힘은 배가 된다. p.149
아무리 감추려 해도 글은 그 사람을 닮아 있다. 쓴다는 건, 말보다 더 느리고 무겁다. 그러나 글에는 힘이 있다. 집단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글이라면 그 힘은 배가 된다. 그렇기에 더 진솔하게 글을 쓰려 애써야 한다. p.150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라는 말이 있다. 책쓰기 모임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쓴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주제를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며 독자를 향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p.178
글은 그 사람을 닮는다는 것에 동의한다. 글의 숙명이다. 글쓰는 삶을 시작하며 나의 보잘 것 없는 맞춤법 실력과 문장호응에 좌절한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이들이 글쓰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고, 세상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모두가, 직장에 다니면서 육아하면서 공부하면서 현재 각자 하는 일에서 짬을 내서 써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적은 분량이라도 처음에는 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스는 양이 많아지면 결국 질로 바뀐다. 매일 억지로라도 써야 한다. 원고를 완성한 사람은 모두 이 과정을 지킨 사람이다. p.203
원고를 쓸 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저자와 독자를 동시에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회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독자가 되어 의견을 말해준 게 특히 도움이 되었다. 저자로서 글을 쓰며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도 되었다. p.211
내가 참여하는 모임에서는 15분 동안만 글을 쓰기에 많이 써야 A4절반을 채우지도 못한다. 글 분량의 많고 적음에 의미를 두지 말자. 또 형식에 맞춰 잘 쓰지 않아도 좋다.
글쓰는 게 편해지는 것. 남들의 시선에 담담해지는 것. 글을 쓰다 보면 서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 모르던 자신을 알아가는 것. 글쓰기가 일상이 되는 것. 이 과정과 함께 집단에서 글을 쓰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된다. p.234
발레리나 강수지가 하루를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 발이 부르트도록 계속 하는 것은 본인이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연습이 쌓일수록 동작이 일상이 되고, 음악과 내가 한몸이 되는 극한의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참 닮아 있다. 매번 어렵고 매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불안하지만 그 순간순간을 지나 조금씩 손이 익숙해지고 생각의 전개가 유려해지는 경험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기록할 것을 생각하고, 기록하며 떠오르는 생각들로 날개를 펼치다보면 어느 순간 자유로워진다. 아는 것은 때로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을 딛어내야 세상을 보다 멋지게 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