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필사의 힘 - 작가의 생각지도를 훔쳐라!
이세훈 지음 / 북포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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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풋 독서법에 이은 이세훈작가의 독서 지도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수동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행동(인풋)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작가의 글을 이해하고, 비판하고, 그로부터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아웃풋). 이 책에서는 아웃풋 독서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 쓰기에 관래 다루고 있다.

 

우리의 교육이 어찌된 건지 초중고의 학교생활을 통해 졸업할 즈음엔 쓰기’ ‘읽기에 대한 울렁증만을 남긴다. 무언가를 읽으면 잠과 멀미가 따르고, 쓰기 앞에서는 큰 벽을 만난듯한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며 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필사.

 

나에게 있어 필사는 불교의 경전을 따라쓰는사경이었다. 반야심경이나 금강경 등의 경전을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줄줄 따라쓰곤 했다. 한참을 쓰다보면 처음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손은 쓰지만 머리는 세계여행을 시작한다. 몇 장이 남았는지를 살펴보고 쥐내리는 손을 털어내기 바쁘다. 이후 나는 필사를 접었다.

 

다시 필사를 시작한 것은 책을 읽고 선택적으로 워드필사였다. 간직하고 싶은 문구를 정리하고 그로부터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필사의 방법을 보완하고 재정립할 수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이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필사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통을 겪던 그녀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옮겨 쓰며, 작가의 꿈을 꾸고 유명한 작가로 거듭났다.

필사 예찬론자로 태백산맥의 대작가 조정래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3,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태백산맥을 아들 부부에게 배껴 쓰도록 했다고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엄청난 인세 수입을 상속받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자신의 작품을 필사하게 함으로써 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의식을 정신적인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은 속 깊은 의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p.13

 

필사는 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작정 배껴 쓰는 게 아니라,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옮겨 적는 것이어야 한다. 중요 구절을 찾기 위해서는 책 읽는 시간을 투자하고, 맥락에 맞게 중요한 단어나 구절을 뽑아내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p.13

 

조정래 작가 대단하다. 아들 부부에게 태백산맥을 배껴 쓰도록 했다니... 며느리와 아들이 어떤 표정으로 배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인세를 포기할까하고 고민하지는 않았을는지...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답을 가리고 고민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반대다. 그 방법은 어느 정도 수학에 대한 흐름이 있는 경우나 가능하다. 기초가 아예 없는 경우 차라리 풀이과정을 반복하여 따라쓰는 것이 좋다. 그 기초작업을 위해 여러 작가들은 필사를 예찬하지 않았을까?

 

필사는 독서와 창의적인 글쓰기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독서 후에 하루만 지나도 70퍼센트 이상이 기억에서 사라진다. 필사를 하면 그중 50퍼센트 이상을 당신의 기억에 붙잡아둘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글쓰기를 시작하면, 그 기억들이 하나둘씩 글감을 내어줄 것이다. p.24

 

책을 천천히 읽어도 빨리 읽어도 70퍼센트를 읽는게 정상이란다.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책을 읽고나면 허무할 정도로 제목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책을 읽은 후에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을 정리하고 느낌을 기록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책을 읽는 의미가 무엇인가? 그 글이 나에게 어떻게 와 닿는지, 하여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결과 내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_ 아인슈타인 p.75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 리를 갈 수 없고,

작은 흐름이 모이지 않으면 강하를 이루 수 없다. _ 순자p.77

 

어떤 일이라도 처음에는 어떻게든 해나가나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자는 없다. _ 시경p.81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두 가지 기본적인 것이 있다.

우리가 읽는 책들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_찰스 존스 p.93

 

배워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하면서 배워라. _ 아리스토텔레스 p.110

 

자신의 마음을 믿어라! 당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라! 뼛속까지 내려가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내라!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법을 체득한 뒤 글을 쓰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실리게 된다. _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p.207

 

이 책에 나온 명언들.

인간은 유한하다. 필사를 다하다보면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 중요한 문장과 문구들을 곱씹으며 필사하고, 나의 의견을 덧붙이는 연습을 하도록 책의 중간중간에 연습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생각하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보다 창의적인 두뇌 활동을 자극한다. 게다가 글쓰기는 생각과는 달리 종이 위에 생각의 흔적이 남는다. 이 흔적이야말로 우리의 책 읽기 결과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p.202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거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 때론 참 쉽지 않다. 단어와 조사를 선정하는 것조차 순간순간 막히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종이위에 생각의 흔적을 하나하나 심으며 생각을 풀어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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