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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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아. 네 나이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다 알아내는 데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지만 선생님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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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청소년 뒤에는 반드시 문제 가정이 있다. 청소년 상담, 가정 상담에서 흔히 하는 얘기들이다. 얼마전에 읽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글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가정의 문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아이의 인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래도 가정, 부모일테니 말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그것이 첫 시작이다. 아이들에게 교육해야할 것은 바로 자신을 제대로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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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의 혼잣말 - 일러스트레이터의 섬세한 시선으로 찾아낸 일상의 예쁨들, 그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이야기
조선진 지음 / 니들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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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혼잣말... 오늘의 속도...

인생을 똑같은 속도로 산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가고자 하는 목표 속도가 달라진다면

내가 갈 수 있는 하루치의 속도고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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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이 속도를 원했을까?

내가 가고자하는 길이 어디였을까?

생각해 보게 하는 오늘의 화두

바로... 오늘의 속도...

누구나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르다면 방향도 다르고 속도도 거기에 맞게 다르다.

굳이 내가 가고자하는 길이 여기가 아닌데, 남들과 맞출 필요가 없다.

난 내식대로 가면 되는 것이다.

때론 걸어서, 때론 뛰어서, 때론 쉬면서...

나만의 속도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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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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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이 책은 총 16가지 단서로 애거서 크리스티를 말한다. 소설 자체도 그렇지만 애거서라는 작가 자체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단서는 아래와 같다.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오리엔트 특급 열차 살인사건의 작가이자 콧대가 높은 작가, 그리고 왠지 모르게 범접불가의 아우라를 풍기는 고급을 좋아하는 여성... 이 정도였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묘한 복잡성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해방주의자인 듯하면서도 묘하게 여성혐오적이고,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면서도 돈을 좋아하고, 코즈모폴리턴을 표방하면서도 지독한 영국우월주의자인 모습 등 등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음...한마디로 표현이 안되는 여성이라고 할까...

애거서 크리스티가 주인공으로 푸아로와 마플을 등장시키고 그들을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서 홈즈의 경쟁상대를 탄생시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애거서는 홈즈처럼 매력적인 인물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실로 대담하게 살려냈다.

애거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장소인 호텔과 열차도 흥미로웠다. 움직이는 열차 자체를 글쓰기의 한 부분으로 치환하고, 역시 호텔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마 애거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소설 속에서 어떻게든 등장시키는 것같다. 그런데 스스로는 철저히 감추고 있다. 애거서라는 여성은 소설 속에 어떤 인물로도 연상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은 코로나 시국이 아니라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뭔가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저자의 마음을 울린 애거서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책과 논문을 틈나는 대로 읽고 역사가의 관점으로 16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책...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리고 영국 역사와 기대치 못한 애거서의 모습, 그리고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의 기막힌 현실성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애거서는 책 속의 인물은 모두 가상이지만 배경은 반드시 현존하는 것으로 실재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그래서 직접 나일강을 유람하고, 오리엔트 특급을 타보고, 첼시의 카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모든 배경을 책 속에 녹아내렸다. 그래서 그녀의 글들이 유독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이리라...

혹시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소설 속 루트를 따라 여행을 기획해 보는 것도 재미난 일일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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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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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장편소설 |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태어남과 죽음이 어찌보면 하나인데... 그 만남이 너무 절묘하고 슬퍼서 이그러진 구슬도 같고 꽃과도 같다.

소설 일광유년은 흡사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거꾸로 흘러간다. 그들의 희망이었던 링인수의 물... 하지만 절망의 다른 말도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품고서 말이다.

촌장이 되고자 했던 쓰마란... 그는 결국 란쓰스의 도움으로 촌장이 되었다. 그에게는 산싱촌의 사람들을 살리고자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오로지 전적으로 그 마음이 컸던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는 어찌되었든 산싱촌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크나큰 사명을 품은 촌장이 된다.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여인이 나온다. 바로 주추이다. 주추이 그녀는 마른 몸이지만 강단 있는 여성으로 어릴 적부터 쓰마란을 찍었다. 옥수수밭에서 나오는 쓰마란과 란쓰스를 본 다음부터 그녀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남편감은 쓰마란 이었다. 이 또한 비극이다. 만일 쓰마란이 본래 본인의 의도대로 란쓰스와 결혼을 했다면 란쓰스...그녀는 굳이 인육장사를 하지 않아도 됐으리라... 그렇게 비극적인 삶과 죽음을 맞지않아도 됐으리라....

주추이 역시 마찬가지다. 멀리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더라면...그녀의 아버지의 말을 들었더라면... 짧은 생에 전전긍긍하며 그리고 영원히 오지 않을 쓰마란의 애정을 갈구하면서 악다구니를 부리며 살지 않아도 됐으리라... 모든 것은 아마 숙명이겠지. 비극의 숙명... 그리고 산싱촌의 숙명 말이다.

피부를 파는 일, 그리고 몸을 판다는 뜻을 지닌 인육 장사... 소설 곳곳에는 불편한 장면들이 나온다. 상상하기 싫은 것들... 그리고 한 가지 알 수 없었던 것은 왜 산싱촌 사람들은 그곳을 고집하는가이다. 터전... 그 터전을 버리고서는 살 수가 없는 사람들... 가난하지만 그래도 자기 땅, 자기 것을 지키고자하면 아무리 짧은 생이라도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되나 보다.

무엇보다 산싱촌 사람들이 걸리는 이상한 병... 마흔이 되기 전에 목구멍이 막혀서 죽는다니... 목이 부어서 아무것도 삼킬 수 없는 병... 땅 곳곳에 스민 치명적인 불소의 양... 병든 땅...그래도 그들은 버릴 수 없다. 그들은 하나에 목숨을 건다. 바로 링인수를 끌어오는 것이다. 그 링인수... 그것은 바로 희망일까...절망일까...

이 책 첫머리에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이 저자의 평생에 걸친 글쓰기 중 가장 큰 전환점이자 가장 기념할 만한 글쓰기 프로젝트의 구축이라도 말이다. 아픈 중에서도 침상에서 써내려간 책... 이 책에 바로 삶이 있었다. 그리고 죽음이 있었다. 란쓰스와 쓰마란... 그 두명의 아픈 과거는 바로 산싱촌의 상징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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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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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장편소설 | 정소영 옮김 | 엘리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 그것의 시작은 바로 물음이다. 인사다. 어떻게 지내요...하고 묻는 일..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 일... 타인에 대한 고통에의 관심... 그것이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작은 일이다.

책 속 화자와 엃혀있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한 여자는 화자의 친구로 암에 걸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한 명의 남자는 전애인으로 곳곳을 다니면서 종말의 위험성을, 환경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면서 출산이라는 것이, 한명의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설파하는 일을 한다.

한 쪽에서는 생이 무너져나가고, 다른 한 쪽에는 세상이 무너져 나간다. 지구 종말 시계로 따지면 바로 자정 이분 전, 지금은 20초 당겨져서 100초전인 이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제 곧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친구는 사이가 좋지 않는 딸과 화해할 생각조차 못한다. 그만큼 그들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보다 더 멀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서로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내가 화해를 했어 라고 말이다. 친구의 딸은 아빠의 부재를 엄마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그 사실에 대해 스스로를 피해자라 규정한다. 도저히 메꿀 수 없었던 아빠의 자리... 그 자리에 그녀는 대신 엄마에 대한 분노를 갈아 넣었다.

가방 안에 약을 넣고 죽음을 준비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두 여자... 뉴 잉글랜드의 에어비앤비를 찾아가서 고즈넉한 삶을 계획해보지만 실로 만만치않다. 화자인 나는 점점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다. 옆의 친구는 입맛이 없어서 거의 못 먹을 음식들... 자신은 입맛이 돈다. 하지만 항상 배가 고프다. 건강식을 먹고도 체하는 현실...

여행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친구의 집으로... 하지만 이제는 친구 혼자서 짐을 가득 차에 싣고 길을 나선다. 물론 가방 안의 약도 잊지 않는다.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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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로의 사이가 돈독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죽을 때 타인이 된다. 죽음은 고독한 일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타인의 안부를 묻는 것 뿐이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번역자는 책 말미에 말한다. 우리는 첫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고... 타인은 지옥일까... 다만 우리는 자기 몫을 견딜 뿐이다.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물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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