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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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장편소설 | 정소영 옮김 | 엘리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 그것의 시작은 바로 물음이다. 인사다. 어떻게 지내요...하고 묻는 일..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 일... 타인에 대한 고통에의 관심... 그것이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작은 일이다.

책 속 화자와 엃혀있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한 여자는 화자의 친구로 암에 걸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한 명의 남자는 전애인으로 곳곳을 다니면서 종말의 위험성을, 환경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면서 출산이라는 것이, 한명의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설파하는 일을 한다.

한 쪽에서는 생이 무너져나가고, 다른 한 쪽에는 세상이 무너져 나간다. 지구 종말 시계로 따지면 바로 자정 이분 전, 지금은 20초 당겨져서 100초전인 이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제 곧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친구는 사이가 좋지 않는 딸과 화해할 생각조차 못한다. 그만큼 그들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보다 더 멀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서로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내가 화해를 했어 라고 말이다. 친구의 딸은 아빠의 부재를 엄마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그 사실에 대해 스스로를 피해자라 규정한다. 도저히 메꿀 수 없었던 아빠의 자리... 그 자리에 그녀는 대신 엄마에 대한 분노를 갈아 넣었다.

가방 안에 약을 넣고 죽음을 준비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두 여자... 뉴 잉글랜드의 에어비앤비를 찾아가서 고즈넉한 삶을 계획해보지만 실로 만만치않다. 화자인 나는 점점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다. 옆의 친구는 입맛이 없어서 거의 못 먹을 음식들... 자신은 입맛이 돈다. 하지만 항상 배가 고프다. 건강식을 먹고도 체하는 현실...

여행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친구의 집으로... 하지만 이제는 친구 혼자서 짐을 가득 차에 싣고 길을 나선다. 물론 가방 안의 약도 잊지 않는다.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213 페이지

아무리 서로의 사이가 돈독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죽을 때 타인이 된다. 죽음은 고독한 일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타인의 안부를 묻는 것 뿐이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번역자는 책 말미에 말한다. 우리는 첫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고... 타인은 지옥일까... 다만 우리는 자기 몫을 견딜 뿐이다.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물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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