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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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E.M 델라필드 |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런 여인이 있다니...ㅎㅎ 그것도 거의 100년이 지난 사람에게서 오늘날의 향수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정말 현실에서 존재하는 듯한 우리네 이웃 중 어딘가 있을 법한 부인이다. 남편 로버트에 대한 이야기, 정말로 한방 먹여주고 싶은 이웃 레이디 복스...ㅎㅎ 앞에서는 슬슬 웃어주지만 그녀가 떠나고 난 뒤에는 재치있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귀여운 여성... 그리고 요리사도 있고, 가정적으로는 왠지 부유하고 화목해보이는 여성...ㅎㅎ

책을 읽으면서 전혀 소설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한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같은 느낌이다. 물론 대놓고 보라는 일기장이었지만... 한 영문학자가 델라필드가 그린 소설속 페미니즘을 일상 페미니즘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가부장제에 대해서 순응하는 여인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행동과 생각을 하는 그녀들을 옹호하기도 하지만 개탄도 하는 그녀... 백년 전에는 정말 지금보다 훨씬 더했으리라... 지금도 물론 구태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구태 중에 누구는 명절을 예로 들기도 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누구는 소위 농경시대도 끝난 마당에 추석같은 명절이 꼭 필요할까라고 이야기하기도한다. 명절의 풍경... 예전과 지금은 정말 다르다. 예전에는 교통수단도 마땅치않았고, 명절이 되어야지만 먼 친척들 얼굴 한번이라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명절이 되어서도 안볼 사람은 안본다. 명절에 유독 공항이 북적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세월이 지금보다 더 흐르면 명절이라는 의미도 퇴색되지않을까싶다.

영국의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여성의 고민들이 속속히 들어있는 일기장... 어쩜 이리 고민들과 생각이 지금 우리네 일상과도 닮아있을까.... 작은 일상 페미니즘이 이 영국 여성의 일기장에 녹아있었던 것처럼 100년 후의 여성들의 일기장 속 모습은 어떨지 새삼 궁금해진다. 미래의 일기장을 지금 볼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모든 것들이 더 나아졌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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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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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안윤 소설 | 트리플 시리즈

작은 판형의 시원한 표지의 이 책 안에는 세가지 이야기들이 농밀하게 숨어있다. [달밤], [방어가 제철], [만화경]...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입맛이 돌았다. 그만큼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많기 때문이리라... [달밤]에서 나오는 육개장, 시금치 무침, 애호박전, 두부 등 등... [방어가 제철]에서는 제목에서 보이듯 방어회 뿐만 아니라 주인공 어머니가 하는 반찬가게에 대한 묘사와 여러가지 해초, 전복회, 멍게회 등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만화경]에서는 팽이버섯전, 고구마 깻잎전 등이 나오고 말이다. (왠지 저자가 음식에 관심이 많은가...하는 쓸데없이 호기심이 샘솟기도 한다.)

세가지 소설 중에서 나름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방어가 제철]... 어떤 상실에 대한 이야기인가했다. 소설 속 주인공 안라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녀 주위 사람들은 현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미대를 반대하고,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홀로 노동을 전담한 어머니는 암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돌아가셨고, 그녀의 하나뿐인 오빠인 재영 역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락사하며 죽은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상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 곁에는 오직 정오라는 오빠의 친구 뿐이다.

오빠인 재영이 죽었을때 그녀는 정오를 찾았다. 하지만 연락도 닿지않고, 소식을 끊고 지낸 지 오래... 어느날 느닷없이 연락해 온 정오를 만나서 그녀는 대뜸 방어를 사달라고 한다. 겨울 초입에 먹는 기름진 생선...방어회...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정오는 그녀의 말을 흔쾌히 수락하며 자신의 거래처 사람들을 대접하는 횟집 [창해]로 데려간다. 그들은 무엇을 소회하는 것일까? 그들 곁에는 이미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은 없는데...... .

하지만 이 소설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재영의 빈자리를 정오가 대신 위로해주는 만남도 아니었고 말이다. 안라와 정오는 그저 짧고 반짝이는 시절을 조금 되살릴 수 있는 따뜻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을까.... 정오가 사랑했던 재영... 안라는 그것을 한 순간에 알았다고 한다. 어느날 화선지 모서리에 정오가 자신의 이름보다 더 정성껏 재영의 한자이름을 써주었던 그 찰라의 순간에... 타이머가 끝난 선풍기의 회전이 멈추고, 고개를 들었을때 세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을때... 아마 그때 셋 중 누구도 눈을 똑바로 뜨지는 못했으리라... 너무 환해서...너무 빛나서...그리고 너무 아름다워서...

살면서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그런 찰나의 순간이다. 언제 왔었는지 모를,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를 빛의 속도보다 더 빨랐을 그 순간.... 아마 안라와 정오는 방어의 맛을 몰랐으리라... 대신 독한 술의 맛은 알았을 지도 모르겠다. 독한 술 한모금을 중화시키기 위해 기름진 방어회가 필요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본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 단 한 순간 짧지만 빛나는 기억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만나고 싶은 사람... 아마 그때는 술보다 더 독한 것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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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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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도서관 소설집 | 돌베개

도서관에 대한 일곱편의 이야기들이 한 권에 실렸다. 어린 시절 도서관 하면 내겐 보물창고였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 코너 구석에 앉아 이 책, 저 책들 사이를 왔다 갔다하면서 책을 보다보면 어느새 반나절은 훌쩍 가 있곤 했다. 그 당시에 도서관은 그다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지금은 물론 동네 마다, 아파트 단지 마다 도서관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도서관하면 나는 동화 [미녀와 야수]에 등장한 도서관이다.아니, 개인서재라고 봐야하나? ㅎㅎ 벨이 보고 놀라고 무척이나 좋아했던 야수의 서재... 책이 높은 천장 끝까지 닿아있어서 벨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타고가면서 탐험을 시작해야했던...... . 동화 혹은 만화영화로 보면서 나는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꼭 벨과 같은 서재를 갖겠노라 다짐을 했다. 책들로 둘러쌓인 나만의 공간... 통창으로 된 바람이 잘 통하는 곳, 그리고 좋은 나무로 된 책장에서는 달큰한 책 냄새와 함께 피어오르는 나른한 곰팡이 냄새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같다. 하지만 현실은... 아... 왠지 종이 무덤에 가깝지만 말이다. 책은 역시 책들끼리 모여있는 도서관, 혹은 서점에서 읽거나 봐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듯하다. 집에 그런 서재를 들여놓는다는 건 아마 야수가 무척 부유한 왕자라서 가능한 일일지

도 모른다.

책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속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과 도서관에 엃힌 이야기... 그 중 내게 가장 와 닿았던 이야기는 김혜원님의 [황혜홀혜]이다. 종이책이 경매로 나오고, 벌이 멸종되는 시기, 대홍수로 인해 여러가지 참혹한 일들이 범람했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정말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책은 아주 먼 미래에도 그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종자 보관소처럼 국립도서관의 책 보관소에서 좋은 책들을 선별하며 보관하고, 누군가가 책을 맡긴 개인 도서관에서는 이제 그 책들이 주인을 찾아가길 원한다. 책 속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완전하고 무한하다는 신은 안 믿어도 살았던 존재의 흔적은 믿고 싶다고 말이다. 그 존재의 흔적, 누군가가 살다가 갔다는 그 흔적 중에서 가장 아우라가 큰 것이 바로 책 일것이다. 책은 말이다. 책은 글이다. 그리고 책은 그 사람이다. 사람의 생각이다. 생각이 오래 보존되는 가장 단단한 질량의 그릇이 바로 책인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을 아무런 토도 달지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일... 그렇게 들어주다보면 새벽의 여명처럼 어느샌가 '황'하고 빛이 나면서 '홀'하고 비쳐지는 무언가가 내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들어주는 힘... 그 중심에 책이 있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남들의 생각을 잘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어떤 깨달음은 우리를 한없이 겸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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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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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 김도연 옮김 | 1984BOOKS

한 여름에 만나는 한 뼘의 바람... 그리고 그늘... 냉수 한 컵... 아~ 그런 것들은 얼마나 소중한가? 어린 날 외갓집에서 한동안 살아야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무척 그리울 나이였지만 현실은 냉혹하니 어린 내가 발버둥친다해도 들어줄 어른들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을 일찍 깨우치고 살았던 것같다. 싫다고 생각했던 생활이었지만, 그리움의 생활이었지만 나이든 지금에 오면 그때 생각들이 아른 거린다. 여름날 할머니가 타주신 설탕 한 숟갈 듬뿍 들어간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미숫가루... 시골 우물가 옆에 있던 앵두나무에서 한 웅큼 앵두를 따서 먹던 일, 한 겨울은 또 어떤가? 눈이 바가지로 퍼붓는 듯 온 어느날 아침... 일찍 일어나 눈사람도 만들고, 커다란 양재기며 밥공기를 들고 와서 동글동글하게 눈덩이도 만든 일... 할아버지와 소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서 신선한 풀을 뜯기게 한 일 등 등.... 모든 지난 날... 가볍게 스친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보뱅의 소설... 항상 에세이만 읽다가 소설은 이번 기회에 처음 접했다. 그의 에세이 만큼이나 따뜻하고, 실날같은 희망... 그래도 아름답다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삶에 대한 반짝거림... 등 등이 느껴졌다. 아.. 어쩌면 소설의 첫부분...내 첫 사랑은 누런 이빨을 가지고 있다..라고 시작한 첫 문장부터 반짝거림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늑대에 대한 사랑... 마지막 그 늑대를 묻었을때... (몇년 전 떠난 나의 슈슈가 생각나서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때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뤼시...

뤼시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넌 왜 좀 사근사근하지 않느냐고...ㅎㅎ 뤼시는 말한다. 자신을 이렇게 키운 사람이 누구냐고 ㅎㅎ (할말은 다한다) 그리고 가출을 일상처럼 한다. 그녀는 가출은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뤼시가 말하는 가벼운 마음이다. 그녀는 늑대가 죽고나서 더 마음이 가벼워진 것같다. 글조차도 잉크를 사용해서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녀... 가벼운 마음으로 쓴다고 한다. 스치듯이 말이다. 늑대의 죽음 이후 사람을 대할 때도 그 사람이 죽음을 향해 간다고 느끼고 있으며, 가깝지만 사실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진실이다. 아마 그녀의 수호천사가 말해줬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실이라고... 그녀의 수호천사란 바로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직감을 말한다고 한다. 그녀는 철저히 자신의 직감을 신뢰한다. 직감을 믿는 자는 복되도다... 직감이 직감인줄 모르고, 그저 스치듯이 안녕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뤼시는 누구보다 더 직감을 믿고 따르고 있다. 아마 그것이 그녀의 가벼운 마음의 원동력 이리라....

어릴 적 우연히 들어간 뚱보 아주머니 집에서 그녀의 음악 이야기를 들었던 뤼시... 어떤 사람은 고양이나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지만 자신에게는 바그너, 라벨, 슈베르트가 있다고... 고양이처럼 가볍게 존재한다고... 아... 일상이란 이런 것이구나...어차피 세상은 온통 가벼움 투성이구나... 그것을 모르고 무겁게 살았구나... 인생이 선사한 이 가벼운 마음이야말로 삶의 축복이 아닌가...... . 이름 자체가 빛이란 단어에서 유래했다던 뤼시.. 그래서 자신의 대모를 따라서 이리저리 가볍게 다닌다고 했던가? 인생이란 무게에서 온통 알짜배기만을 가져가는 듯... ㅎㅎ 뤼시의 가벼운 마음이 부럽다. 그 마음이 더 멀리로 달아나기 전에 그 속에 나의 가벼운 마음을 더해본다. 오늘 하루는 부디... 가볍게, 훌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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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너러블 스쿨보이 1~2 - 전2권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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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 야금 두 권을 읽었다. 속도감이 있는 소설이었고, 흡입력도 상당했지만 왠지 이 책은 나날이 쪽수를 정하면서 조절하면서 읽고 싶었다. 왜 그러고 싶었을까.... 르 카레의 세계를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아마 그랬을 것이다. 과연 품위있고 고결한 스파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중상모략을 일삼고 이용하는 세계... 일명 악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거리낌없이 바치면서 일하는 사람들... 그 속에 고결성이 개입함으로 스파이의 세상은 위험해진다. 하지만 제리에게 스파이는 천직이었고, 누구보다 그 일을 잘 했으며, 또 누구보다 고결했다. 그의 세상은 어차피 예견되어 있는 결말을 향해서 가고 있었던 것일까? 스마일리가 다시 그를 소환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아... 시원하지도 않고, 섭섭하지도 않고... 먹먹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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