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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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마음 속 아이는 외치고 있다, ‘나 안 괜찮아! 빨리 내 진짜 마음을 캐치해서 토닥여줘!’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타인이 알 리가 있나. 그렇게 안 괜찮은 마음들이 깊은 곳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심리학 용어로 ‘그림자’ 혹은 ‘트라우마’로 불리는 이것들을 우리는 무조건 배척하고 모른척해야하는 걸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고 끝내 통합할 수 있을 때 한발짝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괜찮은 척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여러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찾은 그림자들을 보여주고,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몸의 병만큼이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마음의 병. 그와 함께 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식을 줄을 모른다. 거기에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문학 작품들의 콜라보라니. 심리학 에세이의 무거움에 질렸다면, 재미없는 이론 나열에 진절머리난다면, 박식하게 책 소개를 받고싶다면 시작해볼법한 책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괜찮지 않다. 일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또 다른 이유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닥달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사회는 우리에게 행복하기를 강요한다. 행복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저자는 "지금 당장 행복해지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진정한 치유란,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향한 오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니까"라면서. 맞는 말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해피엔딩인 이유는 그들의 삶이 지속적이지 않고 장면으로 머무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삶은 계속 흐른다. 그러니 조금 괜찮지 않아도 좋다. 그녀의 말대로 "그냥 부족한 대로, 울퉁불퉁한 대로, 그리고 본연의 나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좀 못나면 어떤가. 다양한 종류의 그림자와 맞서 싸우고, 때론 좌절하지만 많은 경우 성장하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희망이 생긴다. 그들의 결말이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처럼 지지고 볶고 슬프고 아프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이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마주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모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러나 어두운 밤 이후에 새벽 동이 트듯이 우리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격려한다. 그 길고 지루한 길에 무심히 들춰볼 수 있는 말동무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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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튜즈데이 - 한 남자의 운명을 바꾼 골든 리트리버
루이스 카를로스 몬탈반.브렛 위터 지음, 조영학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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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믿기에는 너무 나이들어버린 우리들에게 전하는 선물같은 이야기.

흔한 말이지만 "기적의 튜즈데이"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나은 소개글을 찾지 못하겠다.

 

선한 눈빛의 잘생긴 골든 리트리버가 입에 군번줄을 물고 그윽하게 우리를 응시한다. 책의 주인공인 도우미견 튜즈데이다. 천성이 섬세하게 타고난 녀석은 교도소 프로그램 과정 중 인연을 맺고 이별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다시 마음을 연다. 그러기를 몇 차례, 드디어 평생을 함께할 주인 루이스를 만나 그의 팔, 다리, 안정제, 그리고 친구가 된다.

 

전쟁터에서의 끔찍한 기억과 배신으로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고 돌아온 루이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그에게 찾아온 도우미견과의 만남은 삶을 바꾸는 기회요, 운명이었다. 조금은 어설펐던 둘의 첫 만남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견고해져갔다. 튜즈데이의 건강한 에너지는 루이스의 악몽을 희망으로 바꿔나갔고, 루이스의 진심은 튜즈데이의 벽을 허물어갔다. 서로에게 유용한 도구였던 관계는 서로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진짜배기 우정이 되었다.

 

힘을 불어넣고 위로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실질적 조언을 하는 것, 둘은 그저 보여주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 속 생채기가 아물고, 무기력한 자신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답은 '예'다. 때론 전자보다 더 큰 힘을 주기도 한다. 튜즈데이와 루이스의 이야기는 과장 없이 우리의 마음을 다독인다. 그들이 치유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자극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애완견 이야기는 많았다. 피폐했던 인간이 궤도를 찾아 성공하는 이야기도 흔하다. 그러나 "기적의 튜즈데이"는 이전의 책들과 다르다.

채 몇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이 매력적인 녀석에게 빠져들 것이다. 용감한 루이스의 힘을 전달받게 될 것이다. 내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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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 101
옥토퍼스 퍼블리싱 그룹 엮음, 김수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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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일들이 있다. 사랑하는 당신 떠올리기, 막 태어난 아기 보기, 멋진 예술 작품 만나기... 그리고 여행 떠나기.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특별한 모습을 담고 있는 로맨틱한 장소라면 우리의 가슴은 더 요동칠 것이다.

 

멋진 여행 장소를 찾기 위해서 거쳐야 할 관문 중 하나는 끊임없는 정보 수집이다. 이 과정을 단박에 줄여줄 수 있는 책이 등장했다. 제목부터 매혹적인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다른 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지 않은, 내 책장에만 꽁꽁 숨겨두고픈 책이다. BUT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라도 설렘 가득한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며 추천한다.

 

여행서라고 하면 감성 가득 에세이를 떠올릴 수도 있고, 담백 건조 정보서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분류하자면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건조 무미한 여행지 안내서다. 대략의 위치, 여행지의 특징 및 주요 볼거리, 관련 역사나 이야기 등을 4~6쪽 정도로 담고 있다. 이런 짤막한 여행지 정보가 무려 101가지 실려있고, 올컬러의 화려한 사진이 장소의 숫자 이상으로 더해져 있다.

 

그럼 이건 그냥 실용서구나, 라고 판단해버리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여행이란 말이 주는 떨림을 백 분 활용한 이 책은, 그간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글과 사진으로 함께 소개하면서 읽는 이에게 멈출 수 없는 두근거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허할 때, 일상이 무료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쭉쭉 읽어나가보길 권한다. 자기도 모르는 새 몸 속에서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 로맨틱한,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신혼여행을 원하는 커플. 한가한 여름 휴가를 계획 중인 가족. 모두의 집에 한 권씩 놓아두면 좋을 책이다. 매혹적인 장소가 많아 선택의 어려움이 생길 지 모른다는 부작용은 감수하길.

 

TIP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관광지가 앞 쪽에 포진되어 있는 반면, 채굴되기 전의 다이아몬드처럼 비밀스런 장소들은 뒤 쪽에 숨어 있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앞 뒤를 마구 왔다갔다하며 마음에 쏙 드는 여행지를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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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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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힐링노블이다. 감성적이고 따뜻할까? 아니, 치명적이다. 우리는 곧잘 '치유한다'를 '위로한다'는 말로 대체하곤 한다. 그러나 위로는 순간적인 보듬음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쓰라리더라도 상처를 헤집고 드러내서 그 위에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여야 새 살이 상처를 덮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아픈 과정을 낱낱이 담아놓았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럴듯한 직장을 버리고 훌훌 세상으로 떠나간 여자. 12년차 집시라는 그녀는 말한다. 인생 심각하게 살 필요 없다고. 그렇게 자유로운 마음에서 태어나 세상을 적시는 촉촉한 목소리로 뱉어낸 두 중편 소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과 '천사의 가루'.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주인공은 류짱이다. 머리를 손질하며 그 사람의 과거 미래의 장면을 재연한다. 잠깐의 시간을 통해 의뢰인들은 마음 깊숙이 꽁기꽁기 감쳐두었던 그리움, 미움, 사랑, 상실 따위의 감정들을 정리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농도 진한 감정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작정 현실에서 도망치는 류짱. 그녀의 마음은 치유될 수 있을까 ..?

 

'천사의 가루'는 한 연인의 사랑의 기록이다. 사랑의 시작부터 절정, 사랑하기에 참을 수 없는 고독, 기다림.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남자가 죽어버린다. 남은 여자는 어떤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현실의 삶으로 돌아올까 ..?

 

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 섬세한 묘사와 설명에 독자들까지 움츠러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그만큼 이야기의 말미에서 주인공들이 평온함, 현실감을 되찾을 때 그들과 함께 느끼는 안도의 크기는 크다. 고통도 사랑에도 둔감해진 사람에겐 감정의 바다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의 격정이 심해져 잠 못이루는 사람에겐 파도의 높이를 잔잔하게 낮춰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를 끔찍하게 앓고 난 다음 날 말짱하게 개운해질 때가 있다. 곽세라라는 집시가 물고 온 두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 기분이 딱 그런 정도였던 것 같다. 분명한 건, 한 번 손대면 마지막 글자를 읽을 때까지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 사정이 허락한다면 꼭 소리내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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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완벽한.
장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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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 방식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쉬이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필요치 않은 자리에 쉼표 넣기. 예컨대 이런 식으로.

빠지기 쉬운 유혹 직전의 경계선을 지키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_208쪽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쉼표 하나 때문에 손을 뗄 수 없었다, 이 책으로부터.

 

<외로워서 완벽한>은 영화 감독 장윤현의 에세이집이다.

 

편집자의 입을 빌려 소개하자면 좀 특별하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감정의 결을 응시하'는,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를 빌려 말하자면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책이다.

 

장윤현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는 예술인의 독특함이라던가 예술업계의 화려함을 지니지 않았다. 동네 아저씨같은 투박함, 소년같은 무구함을 감추고 있었다. 이 사람의 눈과 가슴, 입과 손으로 만들어진 책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real했다. 푹 끓여낸 사골처럼 재료의 맛이 배어진 국물을 우린 진짜배기라 부른다. 책에 대해 떠올리려니 문득, 낙원 상가 뒷골목에 있는 2000원짜리 수더분한 국밥 한 그릇이 떠오른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안전선 안에만 머무르며 즐기는 사람'과 '그 선을 훌쩍 넘어 끝없이 길을 가는 사람'으로 (191쪽).

'외로워서 완벽한'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대답했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미술관에 가기처럼 혼자가 되었을 때 더 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그래서 공감했다고. 장윤현 감독은 말했다. 외로움의 시간을 완벽해지기 위한 도약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그는 선을 넘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많은 에세이는 위로와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별다르지 않은 모습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 느끼며 투명한 손의 쓰담쓰담을 받는다.

어떤 에세이는 힘을 준다. 일어나라고, 행동하라고 부추긴다. 투명한 손이 방바닥에 들러붙은 엉덩이를 떼어내준다.

장윤현의 에세이는 솔직하다. 자신이 본 걸 보여주고, 알게된 걸 알려주고, 그런 식이다. 부담이 없었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거마냥 쉬웠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내 곁에는 커피 한 잔이 오래 놓여있었다. 뜨거울 때부터 차갑게 식을 때까지. 청량하게 식은 커피에서 맡아진 아릿한 향이 나에겐, 외로워서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라도 맛있다는 걸, 그 나름의 맛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몰라준다.

(...) 나는 좋은 생두를 썼건, 나쁜 생두를 썼건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일부러 한 모금쯤 남겨놓곤 한다. 갓 추출한 커피의 쓴맛이 신맛으로, 다시 청량함으로 변해가는 것을 즐긴다. _모든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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