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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완벽한.
장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좋은 글쓰기 방식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쉬이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필요치 않은 자리에 쉼표 넣기. 예컨대 이런 식으로.
빠지기 쉬운 유혹 직전의 경계선을 지키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_208쪽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쉼표 하나 때문에 손을 뗄 수 없었다, 이 책으로부터.
<외로워서 완벽한>은 영화 감독 장윤현의 에세이집이다.
편집자의 입을 빌려 소개하자면 좀 특별하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감정의 결을 응시하'는,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를 빌려 말하자면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책이다.
장윤현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는 예술인의 독특함이라던가 예술업계의 화려함을 지니지 않았다. 동네 아저씨같은 투박함, 소년같은 무구함을 감추고 있었다. 이 사람의 눈과 가슴, 입과 손으로 만들어진 책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real했다. 푹 끓여낸 사골처럼 재료의 맛이 배어진 국물을 우린 진짜배기라 부른다. 책에 대해 떠올리려니 문득, 낙원 상가 뒷골목에 있는 2000원짜리 수더분한 국밥 한 그릇이 떠오른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안전선 안에만 머무르며 즐기는 사람'과 '그 선을 훌쩍 넘어 끝없이 길을 가는 사람'으로 (191쪽).
'외로워서 완벽한'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대답했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미술관에 가기처럼 혼자가 되었을 때 더 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그래서 공감했다고. 장윤현 감독은 말했다. 외로움의 시간을 완벽해지기 위한 도약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그는 선을 넘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많은 에세이는 위로와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별다르지 않은 모습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 느끼며 투명한 손의 쓰담쓰담을 받는다.
어떤 에세이는 힘을 준다. 일어나라고, 행동하라고 부추긴다. 투명한 손이 방바닥에 들러붙은 엉덩이를 떼어내준다.
장윤현의 에세이는 솔직하다. 자신이 본 걸 보여주고, 알게된 걸 알려주고, 그런 식이다. 부담이 없었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거마냥 쉬웠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내 곁에는 커피 한 잔이 오래 놓여있었다. 뜨거울 때부터 차갑게 식을 때까지. 청량하게 식은 커피에서 맡아진 아릿한 향이 나에겐, 외로워서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라도 맛있다는 걸, 그 나름의 맛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몰라준다.
(...) 나는 좋은 생두를 썼건, 나쁜 생두를 썼건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일부러 한 모금쯤 남겨놓곤 한다. 갓 추출한 커피의 쓴맛이 신맛으로, 다시 청량함으로 변해가는 것을 즐긴다. _모든 아름다움에는 이유가 있다 中